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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암환자들의 항암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 현행 급여 등재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최근 항암 치료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등재 과정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병용요법의 암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항암제 병용요법이란 두개 이상의 항암치료제를 함께 투여하여 치료효과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완치 가능성까지 높이는 치료요법으로, 현재 개발되거나 허가되는 항암신약 10개 중 7~8개는 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개발된 항암 치료제들, 암 환자들에게 완치의 희망 제공
이주영 의원은 "최근 의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법이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기까지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효과가 입증된 신약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에도 건강보험급여 기준과 제도적 제한 등으로 인해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의원은 "현재 국내 암 환자는 258만 8,079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가 암으로 투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치료가 시급한 2년 이하의 암 환자는 47만 6,858명으로 전체 암 유병자의 18.4%에 해당한다"며 "최근 개발된 항암 치료제들은 암 환자들에게 완치의 희망을 제공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체계가 치료 가이드라인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기전을 가진 항암제 병용치료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혹은 환자 본인 부담 100% 사례의 빈번한 발생으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 선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우리가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오늘 당장 치료를 기다리는 중증 암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신약 병용요법 여러 암종서 표준치료로 인정받으며 항암효과 극대화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항암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암은 40대 이상에서 사망 원인 1위로 전체 사망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항암제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표준치료로 효과 극대화 및 완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 항암제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단독요법은 70%에서 20%로 감소한 반면 병용요법은 80%까지 상승했으며, 항암제 병용요법은 새로운 항암 연구의 트렌드로 향후 허가되는 항암제도 주로 병요요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암환자 치료의 트렌드는 신약 병용요법으로 바뀌고 있다. 신약 병용요법은 여러 암종에서 표준치료로 인정받으며, 항암효과를 극대화해 암환자의 완치 가능성을 높인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약 급여 비율은 현저히 낮고, 소요되는 기간도 오래 걸려, 전이 암 환자의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암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유연한 급여 검토 기준이 신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용요법 환자 접근성 향상 위해 새로운 급여 적용 체계 개발해야
'항암제 급여등재의 어려움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서동철 중앙대 약대 명예교수는 병용요법이 환자들에게 원활히 제공되기 위해 새로운 가격 책정 및 급여 적용 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비용효과성(ICER) 중심 경제성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병용 요법의 전체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서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추가 치료제의 가치 배분 모델을 개발하고 병용 요법의 총 비용 절감과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을 개발해야 한다"며 "환자의 치료기회를 개선하기 위해 선등재후 평가를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활용한 환자 치료 성광에 기반한 가격 조정 모델을 개발하고 항암제 치료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또 반독점 규제를 고려한 제조사 간 협력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암젠코리아 김민지 이사는 항암제 병용요법은 여러 가지 한계점으로 인해 국내에서 급여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암제 병용요법 여러 가지 한계로 국내에서 급여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먼저, 병용요법 투여 시 기존에 급여가 되고 있던 치료제가 전액본인부담으로 적용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병용요법이 허가된 후, 환자가 병용요법을 투여 받게 되면 신약 뿐 아니라 기존에 급여로 투여 받던 치료제도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100/100 전액 본인부담이 된다"며 "환자들은 병용 시에도 기존 약제를 동일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보험자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재정이 전무함에도 기존약제까지 전액 환자들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환자입장에서 불합리한 경제적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병용요법에 있어 항암제를 공급하는 제약사가 서로 다를 경우 급여 검토절차에도 어려움이 있다.
김 이사는 "최근 허가되는 병용요법은 병용 약제 간 제약사가 상이한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병용약제 중 한 회사만 단독으로 급여를 신청하는 경우, 급여 검토과정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급여검토 첫 단계에서 재정분담안 협의가 불가능하고, 병용약제가 위험분담약제인 경우 기밀유지 계약에 따라 경제성평가 및 재정영향 분석이 어려우며 타사에서 병용요법 급여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급여검토 진행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병용요법에 적합한 ICER 임계 값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용요법은 생존기간 연장에 따른 투약기간 증가로 기존 단독요법에 비해 투약비용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 이 떄문에 임상적 유용성이 기존보다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적용되고 있는 ICER 임계값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김 이사는 "병용요법 허가 시 별도의 절차 없이 신약은 비급여 또는 전액본인부담으로 하되, 기 급여약제는 급여로 투약할 수 있도록 원칙을 마련해 줄 것과 병용요법의 제약사가 상이할 경우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급여 검토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또, 혁신적인 항암제 병용요법의 경우 단독요법에 비해 투약기간이 연장되는 한계를 고려해 혁신성을 입증한 병용요법에 기존에 비해 보다 유연한 ICER 값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항암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병용요법 급여검토 과정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