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남’에게 마약류 처방한 병원의 수상한 정황 ... 인재근 의원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의료기관 일벌백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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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들이 받아 중상을 입힌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고를 낸 신씨(28세)의 집에서 수 억대의 현금 다발이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신씨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한 성형외과에서 수상한 처방 상황이 확인돼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씨는 지난 8월 2일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신씨에게서는 케타민을 비롯해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이 검출됐다. 이에 피해자 측은 신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온 것으로 알려진 의사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A병원은 신씨에게 향전신성의약품을 처방했으며, 언론 등에 따르면 A병원을 방문한 또 다른 환자도 비틀대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롤스로이스 사고’ 가해자에게 사고 당일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A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늘어난 특이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A병원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790명이었던 처방환자는 2022년 1,593명으로 약 2.0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처방건수는 2020년 1,078건에서 2022년 3,746건으로 약 3.5배 증가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처방량의 증가율은 이것보다도 높은데 2020년 1,655개였던 처방량은 2022년 6,622개로 약 4.0배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6월) 기준 처방환자 1,433명, 처방건수 3,058건, 처방량 9,140개로 이미 예년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처방 현황에서도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많은 사례가 발견됐다. A병원에서 연도별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환자1’은 2022년 13건에 걸쳐 총 47개의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A병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8명의 환자가 프로포폴을 12개 이상 처방받았다.
또한 이 병원에서 지난해 처방한 졸피뎀 560개 중 절반이 한 환자에게 처방됐으며, 또 다른 환자는 이 병원에서 지난 한 해에만 향정신성의약품 총 82건을 처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7건에 가까운 처방을 받은 셈으로, 프로포폴 12건, 케타민 21건, 미다졸람 24건, 디아제팜 25건을 처방 받았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의료기관이 마약류 투약 및 유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합법적·정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라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1억 건 넘게 쏟아지는 보고내용을 모니터링하기에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모니터링 인력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모든 실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의 처벌 수위를 높여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