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이 무보다 영양 가치 낫다”...장 건강 특급 도우미

한국식품연구원 박호영 박사팀이 생쥐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무청에 든 식이섬유의 일종인 다당체가 장 내 환경을 개선하고 체지방을 줄여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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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 김장철이 다가왔다. 김장에서 배추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다. 김장할 때 무는 채로 썰어 김장 속으로 쓰거나 하지만, 무청은 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에 달린 부속물 정도로만 알고 있는 ‘무청’의 영양 가치는 무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무청이라고 하면 시래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무의 줄기와 잎 부분만을 따로 모아서 말린 것이 시래기다. 한자어로 ‘청경’(靑莖)이라 한다. 대개 푸른 무청을 새끼로 엮어 말린 뒤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사용한다.
못생긴 사람을 가리켜 ‘시래기 뭉치’라고도 한다. 물에서 건져 꽉 짜 뭉친 시래기가 볼품없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 강원 양구ㆍ홍천에선 시래기 축제가 열린다. 현대인에겐 시래기가 웰빙 식품으로 인식돼서다.
무청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ㆍ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비타민 Cㆍ엽산 등 비타민과 칼슘ㆍ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무청의 영양 가치는 무보다 낫다.
실제로, 조선무의 경우 무청 100g당 칼슘 함량은 249㎎으로 뿌리인 무의 26㎎보다 10배 가까이 높다. 칼륨ㆍ비타민 C 함량에서도 각각 368㎎ 대 213㎎, 75㎎ 대 15㎎으로 잎이 뿌리를 압도한다. 잎을 먹는 열무ㆍ 총각무 등의 영양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것은 그래서다.
특히 현대인에게 최고의 웰빙 식품이라는 ‘무청’에서 장(腸) 건강, 비만 억제, 면역력 강화 등 새로운 웰빙 효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한국식품연구원(식품연) 박호영 박사팀이 생쥐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무청에 든 식이섬유의 일종인 다당체가 장 내 환경을 개선하고 체지방을 줄여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식품과 기능’(Food & Function) 표지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인 생쥐를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일절 제공하지 않은 대조그룹과 프리바이오틱스의 일종인 프럭토올리고당 제공 그룹, 무청 추출물 제공 그룹, 무청 다당류 제공 그룹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네 종류의 서로 다른 먹이를 먹은 생쥐의 장내에서 8주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를 살폈다. 프로바이오틱스(장내 유익균)인 비피두스균·유산균이 8주 새 어느 정도 증식했는지를 비교한 것이다.
박호영 연구원은 “(우리가) 무청에서 발견한 다당류를 먹은 생쥐의 장에서 비피두스균·유산균 등 유익균이 프럭토올리고당 섭취 생쥐보다 2~3배 많이 증식했다”며 “무청 다당류를 먹은 생쥐에선 에너지 대사와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단쇄지방산도 더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청 추출물과 무청 다당체를 8주간 섭취한 생쥐 그룹에서 체지방량은 20%, 체중은 12% 감소했다. 이는 무청과 무청 다당체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무청과 무청 다당체를 먹은 생쥐의 장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장누수증후군 관련 지표도 개선됐다.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무청의 웰빙 성분은 람노갈락투로난-I(rhamnogalacturonan-I)이라는 다당체로,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무청의 다당체가 유익균의 증식을 돕고 장관 벽을 자극해 면역을 증진하며 ‘만병의 근원’으로 통하는 염증을 없애는 것을 확인했다.
박호영 연구원은 “무청에 든 다당체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개선을 돕는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건강뿐만 아니라 뇌 인지기능, 호르몬 조절 등 인간의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가리킨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공존하는 상태인데, 다양성이 파괴돼 나쁜 미생물이 많이 생기면 염증과 질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
무청의 웰빙 성분으로 확인된 다당체는 사람은 분해·소화하지 못하지만, 장내 세균에겐 훌륭한 먹이가 되는 일종의 프리바이오틱스다. 무청의 다당체인 람노갈락투로난-I은 무청뿐만 아니라 귤 껍질·피망 등 다른 식물의 세포벽에서도 발견된다.
이 연구를 함께 한 경기대 식품생물공학과 신광순 교수는 “무청의 다당체는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식물체 다당체 성분과는 약간 달랐다”며 “무청의 다당체는 불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대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무청 다당체 관련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임상연구도 준비 중이다.
식품연 황진택 식품기능연구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국산 농산물의 새로운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식품소재의 특성과 기능성에 관한 연구 자료를 쌓아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