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세계 90개국서 처방되는 유산유도제, 왜 우리나라는 안되나” ... 인의협, 건약 등 시민단체 기자회견

현대건강신문 2023. 7. 27. 08:32
 
 

  • 시민단체,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 “식약처, 시민·의사·약사 1856명 진정서 성의없이 복붙”
  • “시민 건강권 보호해야 할 정부 사태 방치”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세계 90여개국에서 안전하게 처방 복용되고 있는 유산유도제 미프진의 의약품 접근권이 우리는 왜 이렇게 버거워야할까요”

서은솔 약사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신속한 미프진 도입을 촉구했다.

최근 유산유도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과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다수인 민원’이 약사, 의사, 시민들로부터 식약처 측으로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들이 받은 답변서는 모두 필수의약품 지정을 반려하는 내용이었고, 그 사유는 유과부서 간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안 된다는 답변이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나선 서은솔 약사는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와 관련해 의사 59명, 약사 172명을 포함한 시민 1,856명의 의견을 모아 식약처에 민원을 넣었다”며 “민원 처리결과는 ‘전문의 진단에 따른 처방전이나 긴급도입이 필요한 타당한 근거가 요구된다’와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를 이유로 유산유도제의 한국필수의약품 센터를 통한 신속 도입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성의 임신 기간이 10개월이 채 안되는 점, 현재 제약회사를 통한 의약품 도입이 불발된 상황이라는 점, 허가 조차 어려운 상황 속 처방전 발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답변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하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서은솔 약사의 설명이다.

그는 “오염수 방류 시 일본 수산물 수입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반대해도 수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10명 중 7명 가량이 찬성하는 유산유도제 도입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부재를 근거로 제시하냐”고 반문했다.

서 약사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의약품들은 환자에게 미칠 이익과 위험을 고려해 사용을 결정한다”며 “논란은 많지만 근래의 의약품 도입은 안전성, 유효성 평가마저 면제해주는 규제완화의 흐름인데,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일본, 캐나다에서 이용하는 미프진에 대한 이용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중지 관련하여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며 “여기서 여성들은 미프진의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핵심 방법의 하나로 안내하고 있어, 이런 의약품은 왜 필수의약품이 되지 못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진정인이 이서영 의사는 식약처의 맹탕 답변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유산유도제 도입 미비로 발생하고 있는 건강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산유도제를 찾아 헤매는 여성들을 먹잇감 삼는 암시장이 횡행하여 성분미상의 의약품의 부작용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정부가 유산유도제를 도입해서 정상적인 경로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유산유도제에 대한 국가의 해답은 ‘불법의약품 근절’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것이 전부다. 심지어 정부는 이 프래임으로 한국의 여성들에게 그나마 안전한 해방구였던 해외 비영리단체에서 유산유도제를 구하는 경로마저 차단했다는 것이 이서영씨의 지적이다.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낙태죄는 효력을 잃었고,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게 되었는데, 유산유도제를 사용하는 것만은 불법적인 일을 넘어 아예 불가능한 일로 가로막혀 있는 꼴”이라며 “임신중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유산유도제가 아니라 식약처”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평범한 여성들과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는 의료진들의 안전한 의료행위를 가로막는 것이 사회적 합의냐”고 반문하고 “우리 의료인들은 상식이 실현될 때까지 정부부처들에 제대로 된 답변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진정인인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오진방씨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중단하는 대신 안전한 임신중지와 임·출산 양육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영아 사망사건을 두고, 정부가 익명출산을 보장하고, 현금지원을 늘리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씨는 “영아 사망사건의 다른 이름은 사회적 돌봄 공백과 빈곤의 세습이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들만의 책임을 묻고 다시 여성들의 익명출산을 돕는다고 한다”며 “출생통보제는 이제 혼외출산에 대한 정책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허들을 하나 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혼외출산자를 해외로 추방하고 격리하는 시스템으로 비양심적인 남성들의 책임을 대신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일”이라며 “안전한 임신중지야 말로 바로 우리 한부모와 미혼모 등 비혼출산 모두에게 기본권리인 건강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을 주최한 모임넷은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끝났다며, 유산유도제를 즉각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임신중지 권리에 있어 최전선의 당사자들은 바로 여성들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인권과 건강권, 그리고 과학적 이해에 기반하여 책임 있는 답변과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