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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나면 배불러 밥 먹을 수 없다” ... 신현영 의원-대한가정의학회, 다제약물관리 토론회 개최

현대건강신문 2023. 2. 22. 09:58
 

“약 먹고 나면 배불러 밥 먹을 수 없다”

노인 약물 과복용 심각...신현영 의원-대한가정의학회, 다제약물관리 토론회 개최

중앙대병원 김정하 교수 “약 많이 복용할수록 부적절한 약물 포함 가능성 높아”

노인 다제약물 관리 시 응급실 방문 빈도 유의미하게 감소

건보공단 박지영 실장 “현실적으로 DUR 통해 관리 가능”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전문의 처방, 일반의가 조정 쉽지 않아”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약을 많이 먹어 배가 불러 밥을 먹을 수 없다는 노인 환자가 발생하는 등 다제 약물 과다 복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질병 치료제를 한꺼번에 복용할 경우 응급실에 내원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노인 약물 관리가 시급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대한가정의학회 기획이사)는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의료정책의 해법, 다제약물관리’ 토론회에서 “진료실에서 만난 노인 중 약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 밥을 먹을 수 없다는 환자를 만나기도 한다”며 “약물 상호작용 문제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가 진료한 약물 과다 복용 노인 중 △현기증 △기운 없음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특정 약 조절로 호전되는 사례가 있었다.

강 교수는 “호흡기내과, 신경정신과, 내분비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할 경우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약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처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 충북 모 지자체를 찾은 강 교수는 “전체 노인 중 30%를 차지하는 독거노인들의 약물 과다 복용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말하며 “한 달 처방약, 두 달 처방약 등을 구별 못한 노인들이 재처방을 요구하기도 해, 이분들을 케어(care 돌봄)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다제 약물 복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하 교수는 인구 고령화 시대에 노인 다제약물 복용은 수백만 명에게 벌어지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진료과에서 약물을 많이 처방받을수록 잠재적으로 위험한 약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응급실을 찾는 노인 중 상당수가 이런 약물 문제가 원인으로 이를 조정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인들의 다제 약물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개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75세 이상 요양원 입원 환자 6만4천명을 대상으로 다제약물 관리를 진행한 결과 1년에 67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85세 이상인 경우 약물 조절만 해도 더 큰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다제약물 관리 입퇴원 시범을 진행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의 응급실 방문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퇴원 후 3개월간 응급실 방문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건보공단 만성질환관리실 박지영 실장은 “이 같은 성과가 제도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DUR(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을 통해서 최신 투약 정보를 약사에게 제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약물 관리에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다제 약물 관리를 위해 의료진 교육을 진행하고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는 “우리나라 스페셜리스트(전문과목) 의사들은 ‘제너럴(일반의)이 어떻게 (전문과목 약물을) 관리하냐’며 다시 원래 처방을 반복하고 있다”며 “약 문제를 약으로 푸는 현실에서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노인 약물 과다 복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제 약물 관련 의사 교육’이 필요하다”며 “치매 전문의 사례가 있어 다제 약물을 관리할 노인의학 전문의도 교육을 통해 양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