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날 나오지 않아도 결석 처리되지 않는다” ... ‘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 체육활동 소외 장애아동·청소년 건강권 확보 토론회’

고관철 서울시성동구장애인체육회 부회장(맨 오른쪽)이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 체육활동 소외 장애아동·청소년 건강권 확보 토론회’에서 자신의 삶을 담담히 풀어놓으며, 장애인 체육의 현실을 짚었다.
“운동회 날 나오지 않아도 결석 처리되지 않는다”
고관철 서울시성동구장애인체육회 부회장, 국회 토론회서 밝혀
“70년대 초반 어렸을 때 자전거 타며 첫 재활”
“대학교 다녔지만 체력 강화 위한 교육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
“휠체어 탄 중증장애인 위한 운동기구 보급돼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장애아동은 체육 시간이 되면 교실에 남아 있거나, 운동회 날은 ‘결석 처리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고관철 서울시성동구장애인체육회 부회장이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 체육활동 소외 장애아동·청소년 건강권 확보 토론회’에서 자신의 삶을 담담히 풀어놓으며, 장애인 체육의 현실을 짚었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소아마비를 앓고 중증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체육 활동에서의 배제가 일상처럼 반복됐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고 부회장은 “3살이 되어서야 부모님이 제 장애를 인식했고, 이후 걷지 못해 두 팔로 기어 다녔다”며 “4살 무렵 간신히 문턱을 짚고 일어섰지만 곧 주저앉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이 타는 세발자전거가 너무 부러워 부모님을 졸라 중고 자전거를 얻었다”며 “뒤에서 밀어주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운동하며 한쪽 다리에 힘이 붙었고, 그것이 제 첫 자율적 재활의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시절엔 재활이라는 개념도, 정책도 없었죠. 그저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스스로 터득해나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교육부의 의무교육 아래 학교를 다녔지만 체육 시간은 철저히 배제됐다”며 “교육 당국이 편성한 체육 예산이 저 같은 장애학생들에게는 어디에 쓰였던 걸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고 부회장은 “장애학생에게도 체육은 권리이자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저는 한 번도 체계적인 체력 강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체육 활동에서 배제된 채 학교생활을 이어온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 체중이 늘고, 수영을 배우며 건강을 챙기려 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꾸준히 할 수 없었다”며 “결국 지금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당뇨와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체육 활동의 결핍이 결국 만성질환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체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현재 성동구 장애인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 장애인 생활체육대회에서 접한 ‘전신 진동 운동기구’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 10~15분 기구에 올라탔는데, 온몸의 근육과 내부 장기까지 자극되는 것을 체감했다. 땀이 날 정도로 운동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특히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효과적인 운동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성동구 복지관에 이미 1대가 설치됐고, 추가로 장애인회관과 자립생활센터에 보급하기 위한 예산을 신청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라도 장애아동과 중증 장애인들이 체육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체육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한 필수 권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