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중재원이 불공정하다” ... 건세·경실련·환연 기자회견 열고 의료중재원 공정성·투명성 촉구

“의료중재원이 불공정하다”
건세·경실련·환연 기자회견 열고 의료중재원 공정성·투명성 촉구
송기민 전 비상임감정위원 “대부분 의료인 주도로 감정 회의 진행”
“소수 의견 게재 의무 위반, 감정서 백지 서명도 위법”
양현정 현 비상임감정위원 “불공정 회의시 소비자위원 항의 못해”
신현호 변호사 “8년 정도 조정위원 일해, 소수의견 있다는 것 오늘 알아”
환자시민단체 “복지부 감정실태 전수 조사해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감정 소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소수의견을 기재해야 함에도 지켜지지 않는다”
“감정 회의 중 공정하지 못한 경우 소비자위원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에 항의할 수 없다”
“감정서 작성 전 위원들에게 백지 서명을 받아 공문서 위조죄가 될 수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중재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촉구하며 보건복지부에 감정 실태 전수 조사를 요구했다.
의료중재원은 환자와 의료진 간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환연 안기종 대표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지만, 금전과 시간 상의 부담이 크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직접 의료사고의 원인이나 의료인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법에 따라 의료중재원이 설립됐다”고 설립 취지를 소개했다.
의료중재원에서 감정위원을 역임했거나 역임중인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떠올리며 의료중재원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 과정이 의사 등 의료인에게 유리하게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비상임감정위원을 역임한 송기민 경실련 정책위원은 2017년 감정 회의 이후 비상임감정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송 위원은 “감정회의는 의료인인 감정부장이 절대권한을 갖는다”며 “감정부장이 무과실로 의도할 경우, 과실로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낙상 이후 패혈증으로 사망했는데, 이 과정에서 항생제가 투입되지 않아 과실이 의심됐지만 2명의 의료인이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며 “소수의견을 넣어달라고 하자 거부당했고 이후 나를 빼고 다른 감정위원으로 대체해 전원 무과실로 사건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8년간 비상임조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신현호 변호사는 “자기재판 금지원칙에 따라 의사가 의료사고에 관여해선 안된다”며 “미국, 영국은 의료사고 (재판과정에서) 의료인을 배제하고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한다”고 소개했다.
송 위원은 감정 과정에서 감정서에 소수의견을 게재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비상임감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현정 환연 이사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양 이사는 “의학적 타당성이 있음에도 소비자위원들의 의견이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묵살되고 있다”며 “공정하지 못한 회의에 대해서 소비자위원이 의료중재원에 항의할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소수의견을 게재해야 한다는 조항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조정위원으로 활동했을 때 만장일치 의견서만 받았다”며 “산업재해 판정 과정에서도 소수의견을 달도록 하는데 의료중재원 감정서에서 소수의견은 거의 못봤다”고 밝혔다.
효율적인 감정서 작성을 위해 ‘백지서명’을 하는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 위원은 “조사 내용과 결과를 작성하고 감정소견 작성일을 기재하고 감정부장과 감정위원이 서명하는 순서를 거쳐야 하지만 백지에 서명을 받은 뒤 감정부장이 감정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작성일자도 허위로 기재될 가능성이 있어 공문서 위조죄가 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감정 과정의 효율성과 공정성 담보를 위해 비상임위원 지원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현정 이사는 “조정 결과를 감정위원에게 알려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의료중재원 설립 때부터 지원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10년이 지나도 진행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3개 환자시민단체는 △관리감독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감정실태 전수조사 △의료과실 은폐·조작 경찰 수사 △의료중재원의 감정부 구성 공개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의료과실이 있다는 ‘감정소견’이 최종 감정서에서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실련과 조정신청인이 공동으로 최종 감정서 작성을 맡은 의사 상임감사위원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6일 경찰은 의료중재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