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 곳곳서 심폐소생술, 뭔가 잘못되고 있음 느껴” ...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서울 이태원에서 15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오전 소방청 관계자들이 이태원 사고 현장에 현장지휘본부를 차리고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다.
응급의학전문의 “이태원 참사 현장 곳곳서 심폐소생술, 뭔가 잘못되고 있음 느껴”
[인터뷰]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초기 상황 통제할 컨트롤 타워 없었던 듯”
“환자 분류해 살릴 수 있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어야”
“재난 발생 시 초기 대응 매우 중요, 응급치료 위한 통제 없었던 듯”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이태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방송을 보며, 곳곳에서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 보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 느꼈다”
소방당국은 어제(29일) 저녁 10시경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로 30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151명 사망 △103명 부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대응 메뉴얼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151명이 한 장소에서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당국은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핼로윈데이(10월 31일)을 앞둔 주말을 맞아 10만 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좁은 골목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초기 소방당국의 ‘미흡한’ 대응으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실시간으로 방송되던 현장 모습을 보며 당황했다고 밝히며 “사건 현장은 서울 한복판으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이 많아 이들이 여러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재난 현장에서 숨이 붙어 있는 환자들을 먼저 살리는 쪽으로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원칙이 지켜졌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번 이태원 참사 대응을 놓고 이 회장과 질의 응답을 정리해보았다.
Q.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사건 초기인 자정, 방송을 통해 현장 상황을 보았다. 구급대원, 경찰관과 일반인까지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현장에서 목격자가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수많은 구급요원이 도착한 뒤 바로, 살릴 수 있는 환자 분류에 들어갔어야 한다. 재난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일반인들은 사건 현장에서 빠져나가게 하고, 환자를 분류해 빨리 응급 환자를 구급차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
실제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한 의료진은 “누구에게 무엇을 허락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해 현장 통제와 환자 이송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Q. 소방당국의 초기 브리핑을 보면서 어떤 것을 느꼈나?
A. “사건 초기에는 경찰과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전체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지원팀이 도착하면서 현장과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통제 범위를 확대시켜야 했는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새벽 1~2시경 (소방당국에서) 브리핑을 하며 ‘심폐소생술을 21명했다’고 밝혔는데 사고 규모를 봤을 때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80명 이상은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보여졌다. 재난 상황의 통제율은 60~70% 가랑 돼야 하는데 80명 이상의 사망자가 현장 통제에서 벗어나 이송됐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Q. 소방·보건당국, 병원이 평소에 재난대비 훈련을 하는 것을 아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훈련과 실제가 떨어진 느낌이다.
A. “매년 헬리콥터를 띄우며 재난 훈련을 하지만 실질적인 것을 해야 한다. 재난 매뉴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정작 환자를 현장에서 분류하고 빼내 병원으로 이송하는 부분이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재난으로 사망한 분들은 병원으로 보내서는 안된다. 병원이 사망자로 채워지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초기에 생사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