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곤해 생(生)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학술대회(APCH) 발표

“환자 피곤해 생(生)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대표적인 아시아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의, 호주 로자리 쇼 박사 발표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학술대회 발표 위해 방한
아시아태평양 16개국 100회 이상 방문해 호스피스 임상 경험 쌓아
“말기 환자 통증 완화 위한 과잉 치료 우려”
이경희 영남대병원 교수 “연명의료법 이후 과잉 치료 줄어”
[현대건강신문=인천 송도=박현진 기자] “통증 완화를 위한 과잉 완화치료로, 환자가 피곤해 ‘생(生)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아시아 태평양 16개국을 100회 이상 방문하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체계 구축에 힘써왔던 호주 로자리 쇼(Rosalie Shaw) 박사가 ‘과잉 완화 치료’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아시아 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Asia Pacific Hospice Palliative Care Network, APHN) 임원을 역임했던 호주 로자리 쇼 박사는 지난 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학술대회(APCH)에서 기조발표를 하며 완화의료학회 비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쇼 박사는 지금의 완화의료가 자리 잡기까지 우역곡절이 있었고, 전임 호스피스 전문가들의 고분분투가 있어 지금의 완화의료 인프라가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쇼 박사는 “대도시 완화의료 부서에서 일하면 이 서비스가 의료서비스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완화의료가 항상 의료서비스의 일부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완화의료는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적극적인 사람들로 어렵게 쟁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초기 완화의료는 종교단체나 소수 기부자들의 주도로 임종기를 맞은 고통 받는 말기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1964년 가톨릭 작은수녀회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쇼 박사는 “어려움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시작해 유지하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잊혀지고 있지만, 실패자 성공자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초기 호스피스 개척자의 노력을 되새겼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적절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베트남 의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며 “아시아는 매우 다양한 지역이 있고 저개발국가 농촌 지역이 많은데, 이들 국가에서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게 고통을 더는 것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여러 국가를 방문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히며 “연민은 말을 필요로하지 않는다”며 “임상 경험을 지금처럼 겸손하게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APHN)의 노력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 △완화의료 교육 의학대학원 자격증 개설 등 성과가 있었지만, 최근 △폭발적인 기술 발전 △소비주의 △감염병 판데믹 △기후변화 등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환경도 급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금도 호스피스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정신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호스피스 서비스 구축) 초기 의사와 간호사들의 열정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실존적 통증 점수도 측정하고, 말기환자들에게 통증 완화를 위해 과잉치료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가 피곤해 ‘이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대를 앞둔 APHN은 △이 조직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완화의료 전문가들이 각자 지속하도록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 △새 시대에 맞는 조직 비전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시아에는 12억 명의 인구가 있고 각 국가는 고령화되고 만성질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적절한 진통제 없이 사망하고, 간병인의 조언을 듣지 못하고 있어, 완화의료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가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로자리 쇼 박사의 발표에 대해 APCH 공동 조직위원장인 에딘 함자(Ednin Hamzah) 말레이시아 호스피스학회 회장은 “완화의료가 시작된 이래 진화하며 전문화되고 프로토콜, 원칙, 가이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쇼 박사 말처럼 완화의료 분야에 동정, 케어(Care, 돌봄)하려는 마음을 잃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APCH 공동 조직위원장인 영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희 교수는 “과다한 연명치료에 따른 환자와 가족들의 비용 부담과 고통은 문제가 있었다”며 “연명의료법 발의 이후 환자나 환자가족의 의사가 전달되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어, 과잉 치료는 많이 개선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