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골수검사’ 대법원 적법 판결...환자들 ‘우려’ ...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무죄’, 백혈병환우회 ‘의사만’

간호사 ‘골수검사’ 대법원 적법 판결...환자들 ‘우려’
한국백혈병환우회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은 골수검사 실패, 재검사 경험
서울아산병원 전문간호사의 골막천자 시행에 대해 대법원 무죄 선고
환자 10명 중 6명 이상 “골수 검사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최근 골수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2일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의료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내과, 종양내과, 소아종양혈액과 교수 12명이 지난 2018년 4~11월 소속 간호사들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혈액, 조직 등 검체를 채취하는 ‘골막 천자’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막 천자를 위임한 것은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의사가 현장에서 지도‧감독해도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직접 한 이상 진료 보조가 아닌 진료 행위로 봐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골수 검사는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본질적·핵심적 의료행위가 아니고,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이하 백혈병환우회)는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8일 동안 회원 중 골수검사 경험이 있는 백혈병,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 및 치료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골수검사 관련 실태조사와 환자의 경험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골수검사는 혈액 또는 종양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골수가 들어 있는 골반 뼈를 굵고 긴 바늘로 찔러 골수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 골막천자(이하 골수검사)’를 말한다.
골수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354명 중에서 골수검사를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여러 번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38.1%인 135명이 ‘여러 번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는 혈액암 환자 10명 중 4명은 한번 만에 골수검사를 성공하지 못해 여러 번 받는 고통과 불편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골수검사를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 여러 번 받았다’고 답변한 135명 대상으로 다른 의료인으로 교체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교체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68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의료인이 교체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68명을 대상으로 몇 번 실패 후 교체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1회 실패 후 교체된 경우 30명 △2회 실패 후 23명 △3회 실패 후 8명 △4~5회 실패 후라고 답변한 경우도 7명이나 됐다.
백혈병환우회 측은 “부분 마취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통증이 심한 대표적 침습적 검사행위 인 골수검사로 인해 환자들이 불필요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며 “골수검사가 통증이 심하고 환자안전사고 우려도 있는 대표적인 침습적 검사행위이므로 1회 실패 시 숙련된 고학년 레지던트나 전문의로 교체되어야 하지만 여러 번 실패 후 교체된 점을 고려하면 환자 안전을 넘어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골수검사 등과 같은 침습적 검사행위와 관련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메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골수검사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 의료행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354명 중 214명(60.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골수검사 관련 교육과 수련을 받고, 의사의 지도 감독을 받으면 전문간호사도 골수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변한 환자는 175명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찬성한다고 답변한 환자는 139명이었다.
백혈병환우회는 “골수천자, 요추천자, 복수천자 등 환자에게 통증이 심하고 침습적인 검사행위는 환자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숙련도가 부족한 전공의로부터 수련과정에서 환자가 고통과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련병원에서는 수련의 대상인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며 ‘정부는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요건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