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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희귀질환 ‘한랭응집소병' 진단 후 5년 간 사망률 3배 증가 ... 삼성서울병원 장준호 교수 밝혀

현대건강신문 2023. 3. 8. 11:45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8일 ‘사노피 한랭응집소병 질환 미디어 세미나’에 참석해 극희귀질환인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 용혈로 인한 치명적 증상에 고통받는 한랭응집소병 환자, 치료법 부재
  • 온도 감옥에 갇혀 사회적 경제적 활동 불가능해
  • 삼성서울병원 장준호 교수 “극희귀질환 한랭응집소병 환자, 의료 사각지대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64세 A씨는 몇 년 전부터 항상 몸이 춥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났다. 어지럽고 숨이 차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가 있고, 심할 때는 가만히 누워 있어도 숨이 찼다. 특히 사계절 내내 남들보다 냉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두꺼운 양말과 덧신을 신기 위해 큰 신발과 두꺼운 남자 털장갑을 착용한다. 증상 완화를 위해 여러 과를 방문한 후 대학병원을 방문해 ‘한랭응집소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랭응집소병은 인구 100만명 당 약 1명에게 발생하는 매우 희귀질환이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환자 수조차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8일 ‘사노피 한랭응집소병 질환 미디어 세미나’에 참석해 극희귀질환인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한랭응집소병(CAD)은 적혈구 파괴가 지속‧반복되는 극희귀 자가면역 혈액 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빈혈 및 혈전성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 교수는 “한랭응집소병은 한랭응집소라는 자가 항체가 적혈구에 결합하며 발생한다. 이는 비이상적으로 적혈구가 파괴되는 현상이 용혈을 촉발한다”며 “적혈구는 우리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용혈 현상이 지속‧반복되는 한랭응집소병 환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빈혈, 호흡곤란, 혈색소뇨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랭응집소병 환자는 일반인 대비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에서 2013년 덴마크 국립 환자 등록부에 등록된 인구를 대상으로 한랭응집소병에 진단된 환자군가 비한랭응집소병 진단 인구의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1년 및 5년 사망률은 각각 17%와 39%로 비교군의 3% 18%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사망 위험 평가를 위한 민감도 분석 시 진단 후 첫 5년간 사망률은 3배 높게 나타났으며,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평균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쳤다.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의 삶은 곧 ‘온도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 체온보다 조금만 낮은 온도에서도 암 환자 수준의 피로 및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고통을 받아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환자들은 주로 빈혈, 극심한 피로, 호흡 곤란, 혈색소뇨증과 같은 용혈 증상 및 한랭에 의한 말단 청색증, 레이노 현상, 망상피반 등의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며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은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낮은 외부온도에 영향을 받아 증상이 악화되며, 직장생활은 물론 빨래나 요리, 가벼운 집안일조차 어려울 정도로 피로감으로 평범한 일상 유지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피로감 점수는 32.5점으로 이는 진행성 암 환자의 피로감 점수(28~39점)와 유사한 수준이다. 많은 한랭응집소병 환자들이 관절통, 두통 등의 통증을 겸험하며, 이는 일상생활을 저해하는 주요한 증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다수가 우울과 불안 증세를 겪으며, 이는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랭응집소병은 인구 100만 명당 약 1명에게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으로 질환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랭응집소병은 의료진도 잘 모를 정도로 질환 인지도가 낮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이 한랭응집소병의 증상에 대해 몰라서 진단이 지연되거나 진단 전까지 여러 번의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한랭응집소병에 대한 질병코드가 없어 환자 수 집계조차 불가능하고, 적응 환자 수만큼 잘 아려지지 않아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힘들게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국내 한랭응집소병에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다수의 한랭응집소병 환작 질병 치료를 위해 수혈을 경험하나 여러 번의 수혈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빈혈을 겪는다. 일부 환자는 어쩔 수 없이 허가되지 않은 약으로 치료받기도 하나 이는 치료 효과가 불충분하고 독성 및 감염의 위험이 있다.

장 교수는 “중증 빈혈을 동반한 한랭응집소병 환자 중 절반 가량은 증상 완화 및 생존을 위해 임시방편인 수혈에 의존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한 국가로 환자가 필요할 때 제 때 충분한 혈액을 투여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타인의 혈액을 투여 받는 사실 그 자체로 인한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허가 약제를 고려하기도 한다.

장 교수는 “허가되지 않은 약제를 고려하는 것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치료 효과 또한 일시적이거나 충분치 않아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랭응집소병의 의료적 미충족 요구가 큰 상황이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질병부담이 과소평가되어 있어 적극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 교수는 “한랭응집소병과 같은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교육과 홍보가 절실하다”며 “희귀질환을 위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