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다제약물 복용 실태 심각 관리대책 시급 ... 건보공단, 2018년부터 다제약물 관리 시범사업 중

노인 다제약물 복용 실태 심각 관리대책 시급
다제약물 복용자 136만명...입원·사망 위험 증가 우려
현장 의료진 “약 드시는 것 까먹고 중복해서 먹는 등 복약지도 필요”
건보공단, 다제약물 관리 시범사업 중
병원·장기요양시설 중심 관리사업 확대 추진
건보공단 “행안부 ‘공공 마이데이터’ 활용, 환자 최신 투약 정보 제공”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10개 이상의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노인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 약물이 많을수록 △부작용 △입원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다제약물 복용자는 약 136만 1,700명으로, 2020년(93만 2,700명) 대비 46%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75세부터 84세가 35.3%로 가장 많았고, 65세부터 74세가 30.5%, 85세 이상이 15.7%를 차지해 고령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득수준별로는 상위 9~10분위 비율이 30.9%로 가장 높았지만, 소득 하위 12분위 계층에서 2020년 17.9%에서 2024년 25.4%로 급격히 증가해 저소득층 노인의 다제약물 복용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노인들의 주상병으로는 당뇨병, 고혈압이 가장 많았으며, 치매 환자의 비율도 12.7%에서 14.7%로 증가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영석 의원은 “다제약물 복용이 약물 간 상호작용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노인의 경우 입원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다제약물 복용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 김혜경 이사장은 “노인들의 약이 한 보따리”라며 “하지만 약을 드시는 것도 까먹고 중복해서 먹는 등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한 보건의료전문가는 “어머니가 요양병원 입원 뒤 거의 거동을 하지 못해, 확인해 보니 수면제 등 다량의 약 처방을 확인했다”며 “계속 이곳에 있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다제약물 복용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다제약물 관리사업 시업사업’을 시행해왔다. 전문가가 10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점검 △교육 △처방 조정 등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일부 지역과 의료기관에 한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병원모형에서는 의사·약사·간호사가 협업해 포괄적인 약물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3개월 후 응급실 이용 횟수가 33% 감소하고 △65세 이상 환자의 재입원 위험도 21%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의 약물 사용 실태도 심각함이 확인돼, 2025년 4월부터는 장기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요양시설 모형’ 서비스도 새롭게 도입되었다.
다만 현행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건보공단 자체 사업이라는 한계로 인해 전국적 확대에 어려움이 있고 △환자의 최신 투약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 △지역사회모형에서는 약사의 점검 결과가 의사의 처방에 바로 반영되기 어려운 점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모형을 건강보험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행정안전부의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최신 투약 정보를 전산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지역의사회·약사회와의 협업을 강화해 지역사회모형의 효과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