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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험난한 의료사고 승소 판결 ‘어머니’라 버텼다 ... 권대희 수술실 사망 사고 병원장, 징역 3년

현대건강신문 2023. 1. 14. 17:50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턱뼈를 깎는 양악수술을 받은 후 발생한 출혈과 의료진의 관리 소홀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까지 했으나 49일간 뇌사 상태로 있다가 사망한 고(故) 권대희 군의 어머니 이나금 대표가 국회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년 11월 22일.

  • 권대희 수술실 사망 사고 병원장, 징역 3년 대법원 확정 판결
  • 권 씨 모친 이나금 대표 7년 동안 소송하며 탄원서 92 차례 제출, 416일간 1인 시위
  • 대법원 이례적으로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소상히 소개
  •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환자 생명 위협하는 ‘유령 대리 수술’, ‘공장 수술’ 멈춰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성형 수술 중 피를 흘리는 환자를 방치해 숨지게한 사고를 일으킨 성형외과 원장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장 모씨(53)에 대해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의사 이 모씨와 신 모씨는 각각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간호조무사 전 모씨에게는 선고유예의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장 씨 등은 지난 2016년 9월 고(故) 권대희 씨의 성형수술을 집도하던 중 적절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과다 출혈로 권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사각턱 축소 수술 이후 피해자에게 과다출혈이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 등으로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 대해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진료기록부 서명 미기재로 인한 의료법위반, 마취기록지 거짓 작성으로 인한 의료법위반, 의료광고로 인한 의료법위반죄, 무면허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위반 등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고(故) 권대희 유족이기도 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인들의 형량이 턱없이 부족해 많이 아쉽지만 대법원은 형량과 무관한 법리 심을 하는 곳이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대희 사건의 팩트는 동의하지 않은 엽기적인 수술방식과 의사면허 취득 후 인턴도 하지 않아 응급환자 식별능력도 없는 초자 의사가 우리 대희 몰래 유령대리수술을 하면서 너무나 무책임했고 무지했던 결과가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유족측이 법으로 가지 않으려고, 3차례나 병원을 찾아가 애원을 했지만, 병원 측에서 오히려 더 억울해 하며 법으로 가야된다고 해서 끌려와서 진행한 소송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여기까지 오면서 대희가 죽기 전 아주 평범한 엄마로 살았던 제가 자식이 죽고 명백한 물증인 수술실 CCTV 등 물증이 차고 넘쳐도 재정신청인용이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또, 7년 동안 소송하면서 의견서와 탄원서를 92차례 제출하였고, 전 국민 서명탄원서를 3,049장 제출했다. 1인 시위를 416일 하면서 거리의 투사가 되었고, 시민단체대표까지 되어 있다”고 그 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제2의 권대희와 제2의 권대희 유족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의료인들에게 부탁드린다"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유령대리수술과 공장수술을 멈추기 바란다. 그리고 의사면허를 취득하자마자 아무런 임상경험도 없이 환자 몰래 수술하는 패륜 행위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권대희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고인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 자신의 죽음을 통해 앞으로 수많은 환자들의 수술실에서 안전을 위한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되어 우리 곁에 계속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의료법위반에 대해 당초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있었지만, 법원에서 재정신청을 인용함으로써 검찰의 일부 불기소처분의 남용 혹은 문제점을 지적한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영리적 목적에 치중한 병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또 그런 시스템을 당연시하고 협조한 의사들에게 크고 작은 형사 처벌을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다만 생각해볼 점은 우리 법제는 의료법위반죄로 징역형이 선택된 피고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할 수 있으나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형으로 처벌 받은 피고인들은 의사 면허를 유지하는 데에 아무 영향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람 생명보다 특정 직역의 자격을 더 우선시하는 데 문제점은 없는지 고민해 보고, 적어도 법원에서 중형이 선고된 경우 등의 비난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사망 사고 유형이나 다수의 반복적인 사망 사고를 초래한 유형에서는 국가가 부여했던 면허를 회수할 필요성에 대해 제도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고인께서 앞으로도 수많은 환자들의 수술실에서 안전을 위한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되어 우리 곁에 계속 함께 하게 됐다”며 “사건 해결 과정에서 사법 절차적 문제점과 의료인 면허 제도의 문제점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번 판결로 권대희 군의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