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투석 시범사업 주체 불명확…“질병정책과 중심으로 통합 추진해야” ... 대한신장학회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가운데)은 “보존적 치료가 늘고 환자 수명이 연장되면서 투석 치료 대상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며 “신약 하나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 평균 7~8년이 걸리는데, 환자들은 그만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왼쪽은 이동형 이사, 오른쪽은 황원민 홍보이사.
복막투석 시범사업 주체 불명확…“질병정책과 중심으로 통합 추진해야”
복막투석 시범사업, 올해로 3년 차 마무리…내년 본사업 전환은 ‘불투명’
대한신장학회 “복지부 여러 부서에 분산…시범사업 컨트롤타워 부재”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 “고령화에 따른 투석환자 급증…정부의 선제적 대응 시급”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복막투석 재택치료 시범사업이 보건복지부 내 여러 부서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해,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질병정책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원민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KSN)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복막투석 시범사업의 주관 부서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범사업은 당초 비대면 진료와 원격 모니터링 중심의 사업으로 출발해, 보건의료정보정책과가 주도했으나, 현재는 일부 유사 사업이 보험급여과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 이사는 “사업이 확대되면서 재택치료 시범사업 전반을 아우를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며 “질병을 예방부터 치료까지 관리하는 질병정책과가 이를 통합해 주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국가 만성질환 대응 로드맵 ‘KP2033’과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복막투석 시범사업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본사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해야 한다. 황 이사는 “올해 11월 건정심 상정을 목표로 심사평가원에서 사업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화 과정에서의 걸림돌로는, 의료진이 환자와 비대면으로 소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료법 해석 문제와 현행 보상체계의 한계가 지적된다. 현재 수가는 교육·상담료 중심의 단편적인 구조로 구성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황 이사는 “재택투석 관리료를 정책수가로 제시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환자 이동에 따른 교통비나 보호자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도 경제적 효과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 인력 부족, 특히 젊은 의사의 이탈로 인해 현장에서는 시범사업 운영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보상 구조와 명확한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복막투석 시범사업은 심장질환, 재활 등 8개 영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부서 간 조율 부족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황 이사는 “복지부 내 부서 간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혼선이 해소되지 않으면 본사업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초고령 사회 진입과 함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말기신부전 환자 역시 빠르게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보존적 치료가 늘고 환자 수명이 연장되면서 투석 치료 대상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며 “신약 하나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 평균 7~8년이 걸리는데, 환자들은 그만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석이 시작되면 개인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투석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 대비 10~20배에 이르고, 가족과 보호자에게도 큰 희생이 요구된다”며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학회, 환자, 언론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협력해 만성콩팥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느리게 대응하면 머지않아 우리 사회는 급증하는 투석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