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법인가?...간호법 논란 중심에 선 진료지원간호사(PA) 모습 드러내

병원에서 의사 업무를 대신 해온 진료지원간호사(PA)들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면을 쓴 채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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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간호법으로 시작된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이 병원 내 고질적인 병폐인 대리처방·대리수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일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진료지원인력과 간호법안의 내용을 종합하면, 앞으로 의사 없이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전공의협 강 회장의 발언 이후 간호사들은 ‘허위사실’, ‘대통령 거부권을 놓고 겁박’하는 것에 해당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에서 의사 업무를 대신 해온 진료지원간호사(PA, Physician Assistant)들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면을 쓴 채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급종합병원과 국공립대학병원, 그리고 중소병원의 외래, 병동, 수술실 등에서 일하는 진료지원간호사(PA)는 진료과 교수의 지시 하에 △외래 약물처방 △수술·응급실·중환자실 진료지원 △교수 연구보조까지 전공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료지원간호사 ㄱ씨는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정책이 의사 외 타 직역이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하도록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이유가 된다”며 “정부는 18년째 의료 정원을 묶어 둔 정책을 추진했고, 병원은 그 자구책으로 간호사들에게 부족해진 전공의 대체재 역할을 시켰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의대 정원을 줄이고 2006년부터 연간 입학생을 3,058명으로 18년째 묶어두고 있다.
전공의협 강 회장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한 진료지원간호사 ㄱ씨는 “어떻게 전공의협의회는 이것을 간호법과 연관시켜 간호법 제정이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합법화할 것이라는 거짓프레임을 씌울 수 있느냐”며 “의사집단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진료거부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과 교수의 일방적 지시로 전공의 대체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며 “간호법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된다면 PA업무를 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중대 결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료지원간호사들은 △필요하면 진료지원간호사 필요 없으면 불법자 △의사파업 시 빈자리 누가 대체했나 △우리는 간호사 본연의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전공의협 발언을 반박했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임인 병원간호사회도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전협은 지난 2020년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담보로 진료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대리수술, 대리처방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간호법에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대통령 거부권을 주장하며 또다시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병원간호사회는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업무를 명시하고 있고 간호법 그 어디에도 간호사의 대리처방 및 대리수술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전공의들의 주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간호법으로 시작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간의 갈등이 전공의협과 병원간호사회로 확대되고 있어, 의료 현장까지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파문이 커지자 10일 오후 전공의협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전공의법 시행 이후 진료지원간호사가 전공의의 빈 공백을 메우도록 종용하거나 이를 지지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병원간호사회에 간호사가 본인의 면허범위 내 업무를 당당하게 하면서도 전공의 대체 업무를 하지 않도록 같이 협력하자는 제안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