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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누구나 한번쯤 겪는 상황서 발생...트라우마 더 커 ...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발표

현대건강신문 2022. 11. 3. 17:14
 
 

  • 대규모 행사나 만원 지하철 등서 밀렸던 경험, 위험에 대한 불안 키워
  •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어느 사고 떄보다 적극적인 재난정신건강서비스 필요"
  • 경희대한방병원 김윤나 교수 "우울증 환자 더 취약, 시청각 매체 노출 최소화해야"

[현대건강신문=김형준 기자]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참가했던 156명이 사망하고 173명이 부상을 입는 대 참사가 벌어졌다. 건물이 붕괴되거나 천재지변 등 특별한 사고가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발생한 압사사고라는 데 충격이 더 크다. 우리가 항상 당연하다고 여기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흔들릴 때 더 큰 위험을 느낀다. 

전문가들도 이번 이태원 참사가 평소 쉽게 노출되기 쉬운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여느 사고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행사나 지하철 등에서 군중에 의해 밀렸던 경험이 있다 보니 나도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겠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참사에서는 일상에서 큰 사고를 자주 접하는 베테랑 소방공무원이나 의료진도 현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비탄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물론,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트라우마 반응 또한 다른 사고와는 다를 수 있다.

이에 정부도 마음안심버스의 설치 및 운영 지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사고 대응인력에 대한 심리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마음안심버스는 국가적 재난 등 발생 시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되어 재난, 사고 등으로 인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이태원 사고로 인한 국민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음안심버스 운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함께 권역별 트라우마센터에서 보유 중인 마음안심버스(5대) 및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마음안심버스(30대) 등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학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참사는 그 어느 사고 때보다 더욱 적극적인 재난정신건강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정부에 통합심리지원단의 규모를 확대하고 서비스를 재정비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마련된 통합심리지원단 규모와 서비스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목격자와 응급구조에 참여한 시민의 경우에도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학회는 "참사 현장을 목격한 분 중 스트레스반응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경우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상담전화에서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 드린다"며 "또 구조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의료진 중에도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서비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를 통해 참혹한 광경에 노출된 경우에도 큰 충격과 다양한 스트레스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도 매체에서 쏟아내는 현장사진, 동영상을 보며 동등한 충격을 받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윤나 교수는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나의 뇌에서도 그 모습과 관련된 신경이 작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며 "뇌에서는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기 쉽기 때문에 시청각 매체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거울 뉴런 작용으로 인해 무력감, 공포, 고통, 불면, 예민함 등의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회복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찰이 동반되어야 한다"며 "평소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더욱 취약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회측은 트라우마에 노출된 초기에 나타나는 스트레스반응은 병적인 반응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정상적인 반응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다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반응을 경험하고 있다면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것을 추천했다.

학회는 포털 및 웹사이트 운영자에게도 "이번 재난 상황에서 언론사는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재난에 노출된 분의 인권을 보호하고 재난과 관련된 보도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다양한 매체에서는 여전히 고인과 부상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의 자료가 존재한다. 추가적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윤나 교수는 트라우마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매체사용을 줄이고 나의 생활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호흡법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시간을 통해 전반적인 신체 컨디션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생활 속 관리 이외에도 전문 의료진과의 진단과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