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대책..“응급실 상황 개선하려면 외과도 신경써야” ... 대한외과학회, 응급실 수술 분석

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오른쪽)는 “아산병원 사건은 필수의료의 붕괴 징조로 필수의료를 밀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 논의에 외과가 참석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왼족은 외과학회 이문수 회장.
필수의료 대책..“응급실 상황 개선하려면 외과도 신경써야”
외과학회, 응급실 내원 환자 수술 비율 분석
이우용 이사장 “아산병원 사건, 필수의료 붕괴 징조”
정승용 이사 “서울대병원 조사, 3개월간 야간응급시술 90~95% 외과”
홍석경 이사 “대폭 투자 필요, 투자처 명확히 해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마련 중인 필수 의료 대책이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이 발생해 응급센터로 옮겨졌지만, 병원 내에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이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필수 진료과 의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취임 직후인 18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등과 만나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증, 응급 의료와 적정 의료 서비스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소아, 분만 진료를 충분히 제공할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을 자리를 갖고 중장기 발전방안도 깊이 있게 의논하자”고 말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수차례 만나 필수의료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인데 11~12월쯤 구체적인 대책이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외과학회) 학술대회 간담회에서도 ‘필수의료 대책’이 화두였다.
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아산병원 사건은 필수의료의 붕괴 징조로 필수의료를 밀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 논의에 외과가 참석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응급실 내 수술 건수를 분석한 외과학회는 뇌혈관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뿐만 아니라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승용 학술이사(보라매병원 외과 교수)는 “3개월간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 내원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90~95%가 외과계 수술”이라며 “뇌동맥류 환자는 3개월간 한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홍석경 분과전문의 관리이사(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도 “중앙응급의료센터 자료를 분석해 보니, 응급실 전체 수술 중 외과 관련 수술이 80%를 차지했다”며 “필수의료에 당연히 외과가 포함돼야 하는데 심혈관, 외상에만 눈길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필수 응급 의료가 제일 문제인데, 복지부에서 중증센터나 응급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최종 치료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며 “(복지부가) 2차례 진료과별로 의견을 수렴했는데 졸속으로 될지 걱정스럽다. 핵심 문제는 대폭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처를 명확히 해야 하는데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외과학회 이사진은 이번 복지부의 필수의료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직 안나온 듯하다 △외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등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우용 이사장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외과에 지원하는 의사는 20년 사이 1천명 이상 줄었다”며 “인구 고령화로 암이나 이식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늘어날 전망인데 외과의사 부족해 10년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섭다”고 말했다.
이문수 회장(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도 “외과학회에서 분석해 보니 많은 전조증상이 있었고 이미 지나쳤다”며 “정부가 외과 상황의 절박함을 알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