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난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 아직도 ‘그대로’ ... 1주기 추모식 국회 앞에서 열려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 아직도 ‘그대로’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 1주기 추모식 국회 앞에서 열려
격리·강박 중 사망한 박 모 씨 어머니, 지금도 1인 시위 중
부민주 센터장 “정신장애인에게 이뤄지는 강박 남용 막아야”
이정하 파도손 대표 “유가족, ‘끝나지 않은 지옥’ 겪고 있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1년 전 경기도 부천 W진병원에서 발생한 격리·강박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27일 국회 앞에서 열린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 1주기 추모식’에는 격리·강박 중 숨진 박 모 씨의 유가족과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권 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여전히 변화하지 않은 정신병원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씨의 어머니도 추모식에 참석해 그동안의 사건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박 씨 어머니는 현재 경찰청 앞에서 사망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부민주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은 “죽음은 평등하지 않았다”며, 정신장애인이 겪는 고통과 죽음이 사회로부터 얼마나 배제되고 침묵당해 왔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존재는 질문이 아니다.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격리와 강박의 남용을 막고, 고통을 증상으로 치부하지 않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박 씨 사망 이후 유가족이 겪은 지난 1년을 “끝나지 않은 지옥”이라 표현하며, “병원, 보건소, 경찰청 어디도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자신 또한 여덟 차례의 강제 입원과 폐쇄병동 경험이 있는 당사자로서 “정신병원은 병원이 아니라 수용소에 가까웠다”며, “사람답게 대우받지 못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신건강 인권 교육 중 병원 종사자들로부터 받은 항의 사례도 공유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원장들에게 ‘강박은 폭력이며 트라우마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럼 어떻게 치료하느냐’는 반발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 현실에서 과연 누가 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느냐”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병원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왜 병원은 문을 닫지 않았는가”라고 물으며, “그 어떤 기관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인의 사망이 ‘예고된 참사’였음을 강조하며, “격리와 강박은 치료가 아니라 억압이며 고문과 같은 폭력”이라고 단언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이 싸움은 단지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엄과 생명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라며, 변화가 없이는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식은 고인을 기리는 침묵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남겨진 이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가 나눈 이 말들이 내일의 구조를 바꾸는 힘이 되기를 믿는다”는 부민주 센터장의 말처럼,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추모식을 주최한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큰 슬픔과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유가족에 대해 깊은 조의를 표하며, 더 이상 수사를 미루지 말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W진병원 관련 책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