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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대학병원 약물 관리에 ‘백혈병 환자 사망’ 논란 ... 순천향대서울병원서 사용기한 경과한 수액 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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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건강신문 2023. 1. 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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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한이 경과돼 문제가 된 포도당 수액. (사진=환자단체연합회)

‘구멍 난’ 대학병원 약물 관리에 ‘백혈병 환자 사망’ 논란

순천향대서울병원 입원한 백혈병 환자, 항암치료 중 사용기한 2달 지난 포도당 수액 투여 받아

의약품 보관 부서, 병원 약사, 병동 간호사 모두 사용기한 경과 확인 못해

병원 측 “진상 파악했고, 2개월 지난 포도당 수액 사용 확인”

환자단체 “이중삼중 안전장치 하나도 작동 안해”

“유사 사고 재발 막기 위해, 사용기한 경과한 의약품 규정 신설 필요”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포도당 수액을 투여 받은 21살 청년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청년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난해 11월 27일 순천향대서울병원에 입원 중에 사용기한이 77일 지난 포도당 수액을 투여받았다. 뒤늦게 사용기한이 지난 것을 확인한 담당 간호사는 수액 투여를 중지했다.

하지만 이후 이 청년은 다제내성균인 ‘카바페넴 내성장내세균’에 감염돼 △고열 △패혈증 증세를 보인 후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사건 이후 진상 파악에 나선 순천향대서울병원은 2개월이 지난 수액이 환자에게 투여된 사실을 확인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관계자는 “(사용기한이 지난 포도당을) 4시간 정도 투여하고 인지 후 빼는 과정이 있었다”며 “의약품 관리에 대한 부분은 저희가 하는 게 맞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 이후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투여 시 환자 안전을 위해 마련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약품을 보관하는 부서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포도당 수액을 반납하거나 폐기하지 않았고 △약사가 병원약국에서 병동으로 포도당 수액을 보낼 때 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았고 △병동에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투여할 때도 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는 등 최소 3단계를 거치면서도 사용기한이 지난 포도당을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는 10일 성명을 내고 “해당 병원에서 사전에 마련해 놓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며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을 환자에게 투여한 의료인의 실수는 절대 발생하면 안되는 대표적인 환자안전사고”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관리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환자안전법 제14조에 규정된 투약오류의 유형에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 투여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된 규정이 있지만,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에 대한 규정은 없다.

환연 안기종 대표는 “현재 법 규정에 따르면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이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더라도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는 입법상 의무보고 대상인 투약 오류 유형의 하나로 포함되어야 할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 투여’ 유형이 빠진 입법 흠결로 환자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용기한이 지난 포도당 수액을 투여 받은 환자가 사망했지만, 해당 수액이 환자 사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유족과 병원 측의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유족측은 “고강도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용기한이 2달 이상 지난 포도당 수액을 맞아 사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순천향대서울병원 측은 “(수액 제조) 제약사의 검토 결과 의학적으로 (환자) 사망과 관계가 없다고 나왔다”고 해명했다.

유족측은 사용기한이 경과한 포도당 수액 투여와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마치고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