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투석 사라질 위기’…“환자 선택권·건강보험 재정 지키려면 재택투석 활성화 시급”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 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촉구
복지부 “복막투석 인센티브·수가 보상체계 검토 중”
“시범사업 성과 반영해 본사업 전환 검토”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말기 신부전 환자의 필수 치료 중 하나인 복막투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의료계의 경고가 나왔다.
과거 전체 투석 환자의 약 20%에 달하던 복막투석 환자 비율은 현재 45%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510년 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사실상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이정표 총무이사(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 ‘급증하는 말기콩팥병, 지속가능한 치료의 길-재택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에서 “복막투석은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시행할 수 있는 재택의료의 대표적인 방식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의료”라며 “그러나 제도적 미비와 수가 문제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막투석은 자동기기를 통해 야간 수면 중에 투석을 시행할 수 있어, 환자가 낮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이나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혈액투석은 환자의 직업 유지율이 낮고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말기 신부전 환자는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건강보험 진료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총무이사는 “2022년 기준 혈액·복막투석에 들어간 비용이 약 2조 5천억 원에 달하며, 향후 10년 내 5~6조 원으로 급증할 것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1인당 연간 약 800만 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복막투석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 현재 복막투석 관리에 대한 수가는 ‘0원’으로 책정돼 있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복막투석을 기피하는 구조다. 전담 인력 부족, 병원 내 공간 확보의 어려움, 환자 및 의료진 교육 부재 등도 복막투석 환자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미국, 대만, 일본 등은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 △행위수가 동일 적용 △월별 관리료 지원 △재택투석 인센티브 제공 △교육기관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정표 이사는 “대만과 일본은 복막투석에 대해 병원과 교육받은 환자 양쪽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환자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도 복막투석이 병원에 손해가 되지 않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과 관련해, 현재 시행 중인 시범사업의 성과를 평가해 본사업으로 전환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복막투석과 혈액투석 간 수가 보상 수준의 형평성, 정책적 인센티브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복막투석 관련 시범사업은 복지부의 다른 부서에서 주관하고 있으나, 수가 개발 측면에서 협조하고 있다”며 “이 시범사업은 3년간 시행된 후 현재 두 번째로 연장되어 올해 말까지가 기한이며, 성과 평가를 통해 본사업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단순한 수가 마련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법·제도적 요소들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비대면 모니터링 등 제도 개선 사항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현재 시범사업은 개별 행위별 수가가 아니라 환자 단위의 묶음형 보상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복막투석의 특성에 보다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간 보상 수준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단순한 수가 동등화보다는 환자군 정의와 중증도 평가 기준 등 보상체계의 전반적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기반 조성 후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막투석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복막투석의 장점과 효과가 충분히 설명된 만큼, 이를 반영한 인센티브 부여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