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사무국장(왼쪽)은 7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연대본부 총파업 선포 기지간담회’에서 “응답자들은 하루 2만보를 넘는 것은 기본이며 심할 때는 3만보가 넘을 때도 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간호사 직군’ 하루에 얼마나 걷나
의료연대본부, 간호인력 하루 걸음수 조사 결과, 평균 2만7천보 걸어
쿠팡 동탄 물류센터서 숨진 여성노동자 3만5천보 걸어
현지현 사무국장 “하루 2만보 기본, 3만보 넘을 때도 있어”
최근 3년 동안 국립대병원 간호사 60% 2년 이내 퇴사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 “인력 충원 문제 국립대병원 핵심 사안”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국립대병원 간호 인력의 하루 평균 걸음수는 얼마나 될까.
의료연대본부는 산하 사업장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23명의 하루 걸음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27,406이라고 밝혔다. 하루 평균 20km 남짓을 걸은 것이다.
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사무국장은 7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연대본부 총파업 선포 기지간담회’에서 “응답자들은 하루 2만보를 넘는 것은 기본이며 심할 때는 3만보가 넘을 때도 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근무 중 숨진 여성노동자는 숨진 당일 걸음수가 3만5천보에 달했다. 쿠팡 측은 이 여성이 주당 33시간을 일했다고 밝혀, 주 5일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6.6시간 동안 20km가 넘게 걸은 셈이다. 유족은 숨질 당시 여성노동자의 몸무게는 평소보다 5kg 이상 줄었다고 증언했다.
숨진 쿠팡 노동자와 걸음수로 비교해 봐도 간호사의 업무 노동 강도는 낮지 않다. 높은 노동 강도는 간호사 퇴사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연대본부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국립대병원 신입 간호사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 58.6%에 달했다. 신입 간호사 10명 중 6명이 2년 내 퇴사하는 것으로 세종 충남대병원은 83.9%로 가장 높았고 △칠곡 경북대병원은 79.2% △창원 경상대병원 70.6% 순이었다.
간호 인력 부족 상황은 환자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노조 윤태석 위원장은 “병원 내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면서 기존 업무 강도가 2배로 늘어난 진료과도 있다”며 “이로 인해 진료 질이 떨어지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노조 배호경 위원장은 “병원은 무엇보다 환자안전을 위해 숙련된 노동자가 요구되는 곳임에도 비정규직의 계약만료와 재채용 과정에서 수년간 반복적으로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장은 “환자 대면 업무를 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채혈팀 임상병리사 전원이 비정규직이고 병동 간호조무사 절반도 비정규직”이라며 “환자이송을 전담하는 환자이송팀의 간호보조 인력도 모두 비정규직으로 병원은 법적명분을 회피하기 위해 1년 10개월 고용 후 계약을 해지한 뒤 2개월 뒤 같은 사람을 다시 재채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정부는 20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7차 대유행을 전망하면서도 병원 인력축소를 얘기하고 있다”며 “병원 정원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앞세워 인력 감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13개 국립대병원 노조가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공동조정신청을 마치고 오는 1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근무하는 필수의료 인력을 제외한 수천 명의 간호인력이 파업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