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후 ‘자살 산재’ 증가세
법 시행 이전 21%에서 이후 44%로 2배 이상 늘어
근속 연수 5년 이하가 절반 차지, 1년 미만 29%
최승현 노무사 “전체 자살 산재 중 60%가 은폐”
정여진 전문의 “직장 내 괴롭힘, 보건의료 분야에 만연”
[현대건강신문=김형준 기자] ‘직장 내 괴롬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자살 산업재해(산재)’ 판정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자살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살 산재’란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업무상 질병판정서를 근거로 말한 자살을 범위로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자살 산재’ 규모가 질병판정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무법인삶 소속 최승현 공인노무사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자살 산재 현황 분석 토론회’에서 업무상 질병판정서를 근거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산재로 인정한 자살 161건을 분석했다.
최 노무사는 “자살 산재 사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그 사유로 포함된 경우가 법 시행 이전과 이후로 봤을 때 21%에서 44%로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한 문제제기와 그것에 대해서 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단하려는 것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살 산재’ 161건 중 △근속연수 1년 미만인 29% △5년 이하가 50%를 차지해, 근속이 적은 노동자가 ‘자살 산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노무사는 “전체 자살 산재 10건 중 6건이 은폐되고 있어, 사업장 자살의 경우 입증 책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그 밖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제대로 된 심사 요구, 업종△직종별 자살 모니터링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우울증 △불안증상 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63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 불안증상,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스트레스 등이 업무상 소진과 직장 내 괴롭힘이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며 “대규모 연구 결과 남성 자살시도의 증가와 직장 내 괴롭힘 노출이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 전문의는 “일부 직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업무 수행을 향상시킨다는 그릇된 믿음이 존재하는데 특히나 보건의료 분야에 만연해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기 쉬운 조직 및 사회적 조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용혜인 의원은 “모멸적 실적 압박, 부당한 업무지시 등을 받고도 참아야 하는 업무 환경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제가 발의한 부당업무지시 불이행 징계 금지법을 비롯해, 실효성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용 의원은 “공공기관 차원에서 자살 산재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유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며 “자살 산재가 은폐되지 않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적극적 역할과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