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가운데)은 “분만할 의사가 급감해, 분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됐다”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많은 산모들이 원거리를 이동하면서 분만하게 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분만할 의사 급감, 분만 인프라 붕괴 현실화”
산부인과개원의사회 간담회서 ‘산부인과 붕괴 이유’ 밝혀
올해 배출 산부인과 남자 전문의 7명 불과
“여자 산과 전문의, 분만실 근무 선호하지 않아 우려”
김재유 회장 “정부 ‘필수의료 대책’에 ‘어떻게’가 빠져”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현재 분만수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분만실 붕괴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지난 2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간담회에서 ‘필수의료인 산부인과 붕괴 이유’로 △분만수가 낮고 △진료 행위로 인한 형사 처벌 우려를 들었다.
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분만할 의사가 급감해, 분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됐다”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많은 산모들이 원거리를 이동하면서 분만하게 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정부는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하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산부인과 붕괴를 ‘어떻게’ 막을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분만하는 산부인과 병의원은 △2012년 739곳 △2020년 517곳 △2022년 470곳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50곳에 달한다.
의사회 오상윤 총무이사는 “우리나라의 분만비는 250만원인데 반해 미국은 2200만원, 일본은 700만원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도 분만 시 총진료비는 600만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정상 분만’ 기준으로 의원급의 총 진료비는 △최저 68만원부터 최고 274만원까지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와 더불어 성비 불균형도 ‘분만 인프라’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171명 중 남자는 7명이다.
분만병원을 운영하는 의사회 손문성 부회장은 “20년 전만 해도 (한 해 배출되는) 남자 산과전문의가 200명이었고, 야간 분만 80%를 남자 전문의가 맡았다”며 “올해 배출되는 산과 전문의는 7명으로 야간 분만실을 지키는 의사가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의사회 임원은 “환자들은 여의사 분만을 선호하지만 가정과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여의사들은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분만실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회 김동석 명예회장은 분만수가 인상 못지 않게 분만 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을 면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시기에 개원가에서 코로나19 감염 산모의 분만을 피했는데, 수가를 300% 인상한 이후 이런(기피) 문제가 사라졌다”며 “의사가 진료 행위 중 산모가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 면책하면 (분만 전문의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