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센터 지역 편중 극심, 어디 사느냐에 따라 생사 갈려”
“허혈성뇌졸중환자 20%, 첫 번째 방문 병원에서 치료 못 받고 전원”
“뇌졸중센터도 응급의료센터와 같이 진료권별 균등한 분포 필요”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뇌졸중은 국내 주요 사망원 4위 질환으로 연간 약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뇌졸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골든타임’이다.
방치할수록 뇌 손상이 심해져 운동장애나 언어마비 등 후유증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졸중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는 것은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센터의 지역 편중이 극심해 이대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이 있다. 뇌졸중 치료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과 후유장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치료를 가능한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연간 약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전체 뇌졸중환자의 78%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환자인 만큼,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점차 늘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방치할수록 뇌 손상이 심해져 운동장애나 언어마비 등 후유증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사는 “급성뇌경색 화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재관류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연구에서 확인됐다”며 “병원 전 단계에서 뇌졸중환자를 적절한 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6-2018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전원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는데, 가장 낮은 곳은 제주로 환자의 9.6%, 가장 높은 곳은 전라남도로 환자의 44.6%로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 정책이사는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혈관질환 센터 확충 및 신경과 전문의 배치가 필요하다”며 “심혈관질환관리 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적 계획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원율이 높은 이유는 전문 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불균형에 있다.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첫 병원 방문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이유로 뇌졸중 전문의료인력의 부족 및 뇌졸중센터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2년 5월 기준으로 215개에 달하나,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센터의 지역편중이 극심해 이대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2년 5월 기준으로 215개에 달하나,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다. 구급대원이이송 예상병원에 뇌졸중 의심되는 환자를 사전 고지하는 비율이 98%에 달하지만, 이 정보가 뇌졸중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지역기반의 전문적인 뇌졸중 진료 체계를 구축, 양질의 뇌졸중 진료 제공, 지속적인 진료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부터 뇌졸중센터 인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맥내 혈전용해술 시행가능여부, 뇌졸중 집중치료실 운영 등 9개 기준 21개 항목을 통해 뇌졸중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지가 인증의 주요 기준이 된다.
문제는 뇌졸중센터가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고, 소위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뇌졸중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도 수도권에 57.1%가 집중돼 있어 지역편중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전남·전북·경북·강원 등과 같이 고령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은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며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역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뇌졸중센터 지역 불균형의 주 원인 역시 인력·자원 부족을 꼽았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은 “뇌졸중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인다.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약 13만원~15만원 정도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 병실료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신경과 전문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급성기 환자가 주로 방문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2018년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개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된다. 즉, 30.7% 응급의료센터에서는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이런 지역편중현상 해결을 위해서는 병원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서비스(EMS, Emergency Medical Service)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균형감 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배 이사장은 “진료권을 기반으로 한 응급의료센터 분포체계와 같이,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졸중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응급의료와 외상의 경우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후 5년 단위로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세우고 행하며 지역-권역-중앙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운영으로 전달체계의 구축이 어느 정도 안착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심뇌혈관의 경우 법률의 제정은 2016년으로 응급의료에 비해 약 20년 뒤졌고, 전달체계의 구축도 전국에 13개 권역센터가 지정되어 있는 수준이며, 이조차 현재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2022년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았을 때 응급의료기금은 2,759억으로 2021년 보다 12% 증가하였고, 암과 관련된 예산은 1,019억 정도로 편성되어 있다. 하지만, 중증필수질환인 뇌졸중과 관련된 권역심뇌혈관센터 지원 예산은 71억으로 예산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전달체계의 기본이 되는 지역뇌졸중센터의 설치와 권역센터 확대, 중앙센터 설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편, 학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대한응급의학과와 함께오는 2022년 7월 2일 토요일 공청회를 진행한다.
이경복 정책이사는 “뇌졸중은 적정 시간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는 급성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문의 부족, 뇌졸중 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며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해, 병원전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되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