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차 치료하는 보훈병원 의사들, 왜 줄줄이 사직하나
서울중앙병원 등 5개 보훈병원 의사 대규모 사직으로 진료 파행
“대구보훈병원 2년 넘게 호흡기내과 의사 없고, 비뇨기과 전문의 한 명 진료”
“인천보훈병원 순환기내과·호흡기내과 주요 진료과 기능 못해”
“광주보훈병원 최근 의사 12명 집단 사직”
의사 노동조합 기자회견 열고 “실적 더 높이라는 압박에, 주먹구구식 행정 문제”
중앙보훈병원 의사노조 주인숙 분회장 “공단 찾아가 진료 환경 건의해도 묵묵부답”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국가유공자를 주로 치료하는 보훈병원 의사들의 사직이 줄을 잇고 있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치료와 재활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보훈병원에서 의사 사직이 이어지며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중앙보훈병원 12명 △광주보훈병원 8명 △부산보훈병원은 안과 전문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보훈병원 의사 노동조합(노조)은 지난 26일 서울 둔촌동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보훈복지의료공단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진료나 검사, 시술이 불가능한 과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진료공백이 발생하면서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보훈병원이 제대로 된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지 않아 의사 사직이 줄을 잇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보훈병원을 찾는 국가유공자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훈병원노조 소속 의사들은 보훈병원 현재 상태를 자세히 밝혔다.
A의사는 “대구 보훈병원은 2년이 넘도록 호흡기내과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며 “비뇨기과 전문의가 일괄 사직 후 한 명의 의사를 겨우 충원했으나, 인력이 모자라 일부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지도 못하고 약만 반복적으로 처방받아 가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B의사는 “몇 년 전 무리하게 개원한 인천보훈병원은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안과 등 사실상 주요 과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의 진료 파행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C의사는 “광주보훈병원은 올해 2월에 12명의 의사가 집단사직하며 28개 진료 과목에 의사는 50여명이 남았다”며 “수술과 외래, 당직과 응급실 운영 등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태로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하고 약만 타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의사가 충원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가게 될 것이고 광주지역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중앙보훈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주인숙 보훈병원분회장은 “전국 보훈병원들의 문제는 보훈의료공단의 전문성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원인이다. 공단은 불필요한 간섭을 일삼았고 의사들에게는 근로기준법도 위반한 임금제도와 비정상적인 임금억제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주 분회장은 “심지어는 전년도 대비 실적을 더 높이라는 압박을 매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라는 것”이라며 “코로나19시기 환자들의 진료, 검사가 지연되자 일부 의사는 더 많은 환자의 진료를 보겠다고 자원하며, 공단에 찾아가 적절한 진료 환경을 갖춰줄 것으로 건의했지만 보훈복지의료공단(공단)은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병원 정상화로 의사들이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고, 보훈병원을 유공자님들과 그 가족들이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몇 년간 청원과 언론을 통해 수없이 제보하고 고질적인 병원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았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4년 전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보훈병원 의사노조는 병원장·공단과의 면담과 함께 국가유공자 환자들의 서명 전달, 대국민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공단 산하 공공병원인 보훈병원은 △서울 △광주 △인천 △대구 △부산 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