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발표했다. 곧 이어 무장한 계엄군이 헬기를 동원해 국회로 들어가 본청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해 점령을 시도했다. 여야 당대표와 국회의원,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명령이 내려졌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계엄군에 의해 일시 점령되었다.
이 참담한 실제상황으로 위협 받은 이들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뿐만이 아니다.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통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을 계엄사령부가 통제하고 포고령을 위반하는 이들을 ‘처단’하겠다고 선포한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한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비상계엄에 동조한 이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의 인권을 무참히 침해한 것이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행해진 이 엄청난 ‘인권침해사건’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멈추고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짓밟았다. 짧은 시간에 계엄이 해제되었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고, 국민들은 지금도 2차 계엄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금의 정부가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할 자격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의 인권과 존엄을 보장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명백히 확인해 주었다.
그럼에도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하고 여전히 현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 비통한 심정이다. 법원, 검찰, 경찰은 물론 일부 국무위원들과 비상계엄의 주축이었던 군마저도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선포의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인권침해를 자행한 이들을 꾸짖어야 할 국가인권위원장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국가인권기구의 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런 자격 없는 이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인권의날 기념사를 하고 인권을 외치도록 둘 수는 없다.
총과 군대로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이들에게 남은 것은 자리에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는 일 밖에 없다. 이 위법한 인권침해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상계엄에 대한 의견표명에 반대하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 모두, 이제 국민과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퇴진’하는 일 뿐이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자리가 없는,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이 없는, 군사적 위협과 전쟁의 공포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과 평등, 민주주의와 평화를 앞세우지 않고 권력의 눈치나 보는 국가인권위원회를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이 사퇴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바로 잡힐 때까지, 우리 사회의 인권과 평등이 더욱더 단단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인권단체들은 흔들림 없이 함께 할 것이다.
2024. 12. 10.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