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미프지미소’ 도입 연기에 시민단체 반발
식약처 “현대약품, 미프지미소 품목허가 신청 자진 취하”
건약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 신청철회 식약처 책임”
모임넷 “현대약품, 유산유도제 도입 무산 이유 소상히 밝혀야”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현대약품이 수입 절차를 밟고 있던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 품목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임신중지를 위해 사용되는 일명 ‘낙태약’으로 불리며,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영국 라인파마인터내셔널이 생산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라인파마의 미프지미소에 대한 국내 판권을 독점 계약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2021년 7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사용되어오던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20년 가까이 필수의약품 목록으로 지정해왔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허가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1년 전인 지난해 12월 31일에 유산유도제를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1년 5개월을 끌어오던 미프지미소에 대한 허가 심사는 결국 자진 철회라는 형식으로 마무리가 됐다.
식약처는 15일 현대약품이 지난해 7월 2일 수입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인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함에 따가 허가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프지미소가 국내 처음으로 사용되는 신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안전성 △유효성 △품질자료 등에 대해 일부 자료 보완을 요청했으나 현대약품이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품목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신규 의약품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은 “식약처는 사용된 지 30년된 의약품(미프지미소)에 추가 자료 필요성을 검토하고, 안전성·유효성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등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심사를 운영해왔다”며 “유산유도제의 도입이 또 다시 크게 지연된 상황에 분개하며, 식약처의 책임 크다”고 주장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모임넷)’는 즉각 성명을 내고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유산유도제 도입이 또 다시 크게 지연된 상황에 분개한다며, 식약처가 현대약품에 요구했던 보완자료의 항목과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이유를 공개하고,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임넷은 “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한 현대약품에 대해서도 그 동안 쌓아온 여성친화 제약회사라는 이미지가 거짓이 아니었다면, 식약처가 요구했던 보완자료가 무엇이고, 자료가 제출되지 못해 도입이 무산된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약처는 “2021년 1월 1일부터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도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제약회사 등의 허가 신청이 있는 경우 유산유도제의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모임넷은 “현대약품이 2021년 3월부터 유산유도제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신속한 심사 진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용된 지 30년된 의약품에 가교 자료 필요성을 검토하고, 안전성·유효성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등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심사를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미프지미소 사태에서 식약처의 태업과 방관은 유산유도제 도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남긴다는 지적이다.
모임넷은 “소위 ‘혁신 제품’은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기조 아래 미비한 자료 수준에도 신속 허가하면서 매년 수만명이 필요로 하는 유산유도제는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허가를 반려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외국에서 사용한다는 이유로 허가했던 많은 의약품들 중 현재 해당 국가에서 허가가 철회된 의약품도 제약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여전히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데 60여개 국가에서 자료를 탄탄하게 쌓은 유산유도제는 안전성 자료 미비를 이유로 허가를 반려해온 것은 분명한 식약처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곧 사용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유산유도제의 접근은 또 다시 미뤄졌다”며 “많은 사람들이 약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원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방치하고 있다”며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