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욱 교수
엠파벨리, 혈관 내 용혈 및 혈관 외 용혈 모두 억제하는 최초 & 유일한 C3 억제제
기존 C5 억제제 대비 우수한 빈혈 및 삶의 질 지표 개선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욱 교수는 최초의 C3 단백질 표적치료제인 '엠파벨리(페그세타코플란)'가 PNH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이하 PNH)은 후천성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희귀하고 만성적이며 치명적인 혈액질환이다. 이 희귀질환에 새로운 치료제인 C3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기존 C5 억제제에 효과를 보이지 않거나 미충족 수요가 있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욱 교수는 최초의 C3 단백질 표적치료제인 '엠파벨리(페그세타코플란)'가 PNH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된 한독의 '엠파벨리'는 PNH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한 최초의 C3 단백질 표적 치료제이다. PNH 치료제 최초로 혈관 내 용혈과 혈관 외 용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약제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 유럽, 호주,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허가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202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2021년 12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았으며 2건의 3상 임상을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 2월 7일 식약처로부터 신속심사 대상(GIFT)으로 지정받은 이후 2024년 4월 29일 PNH 치료제로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
PNH, 적절한 치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명 위협
PNH는 용혈성 빈혈(혈관 내 및 혈관 외 모두), 말초 혈구 감소증, 혈전증에 대한 감수성 증가 및 골수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조절되지 않는 보체 활성화를 특징으로 하는 질병으로서, 생명을 위협하는 진행성 희귀 질환이다 .
특히,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혈전색전증, 폐고혈압, 신부전 및 심부전, 감염, 골수이형성 증후군 및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종욱 교수는 "PNH 환자에서 혈전증은 가장 흔한 사망원인"이라며 "혈전증 사건은 PNH 환자에서 발생하는 사망의 최대 67%를 차지하고 있고, PNH 환자의 29~44%는 일생 동안 적어도 한 번 혈전증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초의 치료제인 C5억제제 에쿨리주맙이 사용되기 전까지 PNH 환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10년에 불과했다.
PNH의 증상과 합병증은 극심한 피로, 만성 통증, 복통, 발기 부전, 호흡곤란, 빈번한 병원 방문 및 수혈, 투석 또는 항응고 요법을 위한 입원을 초래함으로써 PNH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
엠파벨리 출시 이전 치료제로 사용되던 C5 억제제인 에쿨리주맙과 라불리주맙은 모두 높은 친화력으로 보체 단백질 C5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C5a 및 C5b로의 절단을 억제하고 말단 보체 복합체 C5b-9의 생성을 방지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작용 기전이 일치함으로써, 둘 모두 LDH 수치로 모니터링되는 IVH를 유사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C5 억제로 IVH를 예방함에도 불구하고 PNH 적혈구 세포의 C3 단편 침착으로 인해 혈관 외 용혈(extravascular hemolysis, 이하 ‘EVH’)을 유발한다는 것.
이종욱 교수는 "C5의 억제로 상대적으로 잘 조절되는 LDH 수치에도 불구하고, 낮은 Hb 수치, 높은 망상적혈구 수, 높은 빌리루빈 수치와 함께 지속적 수혈의 필요로 하는 것은 질병이 진행상태임을 나타내는 지표"라며 "이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종욱 교수는 "C5의 억제로 상대적으로 잘 조절되는 LDH 수치에도 불구하고, 낮은 Hb 수치, 높은 망상적혈구 수, 높은 빌리루빈 수치와 함께 지속적 수혈의 필요로 하는 것은 질병이 진행상태임을 나타내는 지표"라며 "이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C5억제제(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로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88.6%, 74.7%의 환자가 피로하다고 보고했고 54.3%, 43.7%의 환자가 숨가쁨 등의 증상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엠파벨리, C5 억제제로만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치료 선택의 폭 넓혀
엠파벨리는 최초의 C3 단백질 표적 치료제로, PNH 치료제 최초로 혈관 내 용혈과 혈관 외 용혈을 모두 해결함으로써, C5 억제제로만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치료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종욱 교수는 "혈관 외 용혈이 발생하면 빈혈이나 이로 인한 피로감은 물론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C5 억제제 치료에도 혈관 외 용혈이 발생하는 환자는 약 28% 정도이며, 이 중 2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엠파벨리는 NEJM에 게재된 직접 비교 임상 3상 시험 PEGASUS를 통해 16주 동안 헤모글로빈 농도 변화 면에서 에쿨리주맙 대비 우수성을 확인했다. 확장연구에서 엠파벨리 치료군은 혈관 내 용혈 지표인 LDH 수치가 48주 동안 정상 상한치의 1.5배 미만으로 유지됐다.
16주 동안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 비율 또한 엠파벨리 치료군이 85%로 에쿨리주맙 치료군인 15% 보다 높게 나타났다.
삶의 질 평가 지표인 FACIT-fatigue 수치에서도 엠파벨리 치료군은 치료 전보다 수치가 9.2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FACIT-fatigue는 2점 이상 개선시 임상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되는 지표이다. 반면, 에쿨리주맙 치료군은 치료전보다 FACIT-fatigue가 2.7포인트 감소하며 엠파벨리 치료군과 11.9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보체 치료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PNH 환자를 대상으로 26주 동안 관찰한 임상 3상 시험 PRINCE에서도 엠파벨리는 대조군 대비 헤모글로빈, LDH 수치 조절에서 우수성을 확인했다. 엠파벨리로 치료받은 환자의 85.7%가 헤모글로빈 수치 안정화를 보였으며 LDH 수치가 정상상한치 이하로 조절됐다.
이종욱 교수는 "에쿨리주맙은 약 20년이 됐고, 라불리주맙으로 바뀌면서도 6년이 걸려 롱텀 데이터와 리얼월드 데이터가 다 나왔다. 엠파벨리도 스터디가 있기는 하지만, 롱텀으로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신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옵션이 늘어나 환자에게 맞는 약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자나 의료진 입장에서 치료의 폭이 넓어진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환자 치료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발전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