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호 병원수술간호사회 학술이사는 “국내 의료기관의 수술기구 재처리 과정은 표준화와 전문성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10곳 중 2곳 수술 기구 ‘손세척’만
노연호 병원수술간호사회 학술이사 밝혀
“재처리 과정 품질 관리 한계 있어”
“표준화·전문화 시급… 자동화 인프라 격차도 커”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국내 병원의 수술기구 재처리 과정이 심각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진으로부터 제기됐다.
지난 4일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 제도 도입 방안’ 심포지엄에서 노연호 병원수술간호사회 학술이사는 “국내 의료기관의 수술기구 재처리 과정은 표준화와 전문성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노 이사는 “2023년 기준, 수술기구 세척을 전담 중앙공급실에서 시행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며, 61%는 여전히 수술실 내에서 자체적으로 세척하고 있다”며 “중앙화된 재처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감염 예방과 품질 관리에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온 멸균 기구의 경우에도 전체의 31%만이 중앙공급실을 통해 멸균 처리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병동이나 수술실 등에서 분산되어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계 자동세척기 보유율 또한 병원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자동세척기 보유율은 95%에 이르지만,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45.8%에 그쳐 현저한 인프라 격차가 존재한다.
수술기구를 여전히 손세척만으로 처리하는 병원도 2023년 기준 22%에 달하며, 초음파 세척기 미보유율은 61%, 카트세척기 미보유율은 69%에 이른다. 이에 대해 노 이사는 “자동화 장비와 고도화된 처리 기술의 부재는 재처리 과정의 일관성과 품질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일회용 기구 사용 증가로 의료폐기물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재처리 시스템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중앙공급실 중심의 표준화, 전문 인력 확보, 자동화 설비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 이사는 이어 “현 재처리 부서는 감염 예방과 환자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병원 내에서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재처리 수가 신설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수술실 감염 예방, 환경적 지속가능성, 기구 재사용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치료재료 재처리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