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형사재판 유죄 선고를 호소하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근처에서 ‘가해기업 유죄호소’ 캠페인을 시작했다.
학계 “가습기살균제 피해 과학적 근거 명백, 제조사들에 책임 물어야”
2020년 사참위 분석 결과, 건강피해 경험자 약 95만 명 달해
2심 판결 앞두고 7개 환경보건 및 독성, 의학, 환경사회, 법학회 입장 발표
최근 시행된 흡입독성시험서 사망, 폐 변색 등 확인
“이번 계기로 기업, 국민 건강 보호 책임 통감해야”
[현대건강신문=채수정 기자] 가습기살균제 재판 2심 판결을 앞두고 가해 기업들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뜨겁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에서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CMIT·MIT 등의 성분이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명’이 없다며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7개 환경보건 및 독성, 의학, 환경사회, 법학회 등은 입장 발표를 통해 1심 무죄 선고를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2심 판결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입장 발표에 참여한 학회는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역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환경법학회, 한국환경사회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등 7개이다.
이들은 “2020년 정부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대규모 전국표본조사를 시행해 그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총 894만 명이고 건강피해 경험자는 95만 명에 달했다”며 “사참위는 사망자만 2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화학물질 안전사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에 등록된 피해구제 신청자는 2023년 9월 30일 기준 1,827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총 7,870명에 불과하다.
이미 12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관한 한 여전히 빙산의 일각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아직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년 사이에 가습기살균제의 건강피해 여부에 대한 더 많은 독성학적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가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 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이 규명되었다.
또 최근 ‘실제 피해신고자의 사용 거리를 반영하여’ 시행된 흡입독성시험에서는 용량 상관적인 시험 동물의 △사망 △폐 변색 및 무게 감소 △세기관지 내 염증세포의 침윤과 염증 △불규칙 호흡 증상 등이 비교적 짧은 노출 시간인 2주만에도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하여 폐렴, 천식, 간질성 폐질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들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후 질병발생률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하였다는 결과들이 확인되었다”며 “특히, 이번 소송의 쟁점인 CMIT/MIT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피해구제 신청자들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 5년과 사용 후 5년을 비교하여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가 증가하였다는 객관적 사실도 입증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관련학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모델로 한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을 적용한 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물질들이 인체에 독성물질로 작용하여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가습기살균제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으로 인정할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후의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이처럼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판단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적으로 많은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이 물질을 제조, 판매하고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광고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제조사들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명백한 물질에 대해서조차 제조 판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유해물질로부터 우리의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을 계기로 기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통감하고 공공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사회적인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