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은 24일 개인 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가운데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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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4개 대형 병원의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24일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의료정책 기조 전환과 실질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재명 정부는 전임 윤석열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생명은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책으로는 결코 지켜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에서 의사들의 참여 비율을 제도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전공의 수련환경과 관련해서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장 전공의들이 더 이상 ‘명령과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입장문 말미에서는 “정부와 함께 해답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의료 정상화를 원한다면, 그 길의 시작은 신뢰와 협력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장문은 지난 2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계를 제출한 전공의 사태 이후 1년 4개월 만에, 4개 병원 전공의 대표단이 공동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으로 주목된다.
한편,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4일 개인 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그간의 활동에 대한 자책과 함께, 전공의 사태 해결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은 9·4 의정 합의 준수 및 의정협의체 재구성을 요구하는 입장을 낼 예정이었고, 내일은 박주민·김영호 의원과의 만남이 잡혀 있었다”며 여전히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예정돼 있었음을 언급했다.
이어 “한성존, 김은식 선생님의 인터뷰는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며 “일 년 반을 함께 고생했던 동료이자 친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끝내 한마디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해당 인터뷰는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힌 내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지난 일 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겨드렸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학생들 끝까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당부했다.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공의 대표단 내부의 갈등과 책임론까지 불거지며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의 사퇴는 향후 전공의 사회 내 리더십 변화와 정부 대응 기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