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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혈액학 분야 전문 의료진이 심각한 부족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들의 업무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혈액학회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2025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ICKSH 2025)’를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혜리 대한혈액학회 홍보이사(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국내 혈액학 분야의 인력 문제에 대해서 의료진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홍보이사는 “우리나라의 혈액학 분야는 의료진의 심각한 부족 현상과 함께, 의료 제공자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불만과 임상 실무에서 커져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혈액학 관련 의사들의 현황을 평가하고, 그들의 직무 만족도, 업무에서 직면하는 어려움 및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조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문조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혜리 대한혈액학회 홍보이사(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국내 혈액학 의료진 149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혈액학 의료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혈액학 전문 인력은 주로 서울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홍보이사는 "혈액학 부분은 굉장히 환자들이 중증도가 높고, 업무 환경이 좋지 않아 원래부터도 인력이 굉장히 부족했던 와중에 지금 의정 사태 등으로 인해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며 "비호지킨 림프종 백혈병, 다발골수종 등 혈액 질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영국, 프랑스,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인구 10만 명당 혈액학 전문의들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로 혈액학 분야를 선택하는 의료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문의 부족과 더불어 소아 혈액종양 분야 전문의, 골수 판독이 가능한 전문의 등의 스페셜리스트들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홍보이사는 "의사 선생님들의 고령화로 지금 일하고 계속 160명, 그 중 8명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전부 평균 연력이 굉장히 증가하고 있고, 그래서 60세가 넘은 선생님들 그래서 은퇴가 많이 남지 않으신 분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규 인력이 그 분야를 지망하는 전문의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인력 부족은 점점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혈액학 전문의들은 약 17%가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80~100시간이라도 답한 경우도 29.5%로 업무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월별 야간 당직 일수도 16.1%가 7번 이상 즉 일주일에 두 번까지 서는 셈이다.
김 홍보이사는 "사실 대체 인력이 없기 때문에 한 20%는 휴식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 80%는 휴식 없이 지속적으로 연속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연속 근무 시간으로만 하면 48시간이 훨씬 넘어가는 현황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80% 이상이 우울증, 불면증, 피로 등을 호소했다.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과)
또, 향후 5년 내 국내 혈액학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42%로 가장 많았고, 부정적까지 포함하면 73%에 이르렀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근무 시간, 급여 문제 등 굉장히 많았다.
김 홍보이사는 "우리나라 혈액학 전문 인력은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상당히 신체적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며 "또한 의료소송, 불합리한 건강보험 구조, 비합리적인 보험 수가 삭감, 신규 혈액학 전문 인력 양성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로 인해 많은 혈액학 전문의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잡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혈액학 전문 인력을 유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34개국에서 약 1,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총 102개의 초청 강의와 267편의 구연 및 포스터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혈액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최신 연구 결괄르 공유할 계획이다.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과)은 “ICKSH가 꾸준히 성장하며 국제적 학술 교류와 연구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는 혈액학 분야에서 대한혈액학회의 학문적 역량과 선도적 역할을 재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도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 혈액 질환 치료와 연구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