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흡연자에서 대사증후군과 같은 대사 변화가 유발된다는 연구결과는 나오고 있지만, 담배의 발암원인이 유발하는 대사 변화가 어떤 기전에 의해 암 발생이나 악성화를 유도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담배 발암원인이 유발하는 고혈당증이 인슐린유사성장인를 매개로 한 종양세포 및 종양세포 주변 대식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유발해 종양 촉진 미세환경을 생성해 암 악성화가 촉진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는 6일 검진동 국제회의장에서 '비만과 암'을 주제로 암과학포럼을 개최했다.
비만은 주로 식이와 생활습관에 의해 형성되고 당뇨, 고혈압과 같은 성질환의 발생 위험을 올리는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만은 암의 발생에도 크게 영향만을 미치는 위험인자이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비만이 암 발병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대장암, 식도암, 신장암, 폐경 후 유방암, 자궁내막암, 다발성 골수종, 갑상선암, 난소암, 췌장암, 수막종, 담낭암, 간암, 위암 등 13개 인체 부위의 암 발생과 연관됐음을 발표한 바 있을 정도로 암 발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암과학포럼은 이러한 비만과 암의 발생, 악성화, 면역계의 교란 등에 대해 학계, 연구기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 이호영 서울대약학대 교수는 '고탄수화물 식이에 의한 흡연자의 암 악성화 진행'을 주제로 발표했다.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의 주요 원인이고, 흡연자에서 암 악성화 및 불량한 예후가 증가 되는 것으로 나타나 암 악성화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연구를 통해 담배 유래 발암원에 의한 유전적 변이 및 종양 촉진 신호전달 변화가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의 발생을 유발한다고 알려졌으며, 이번 연구진도 담배 유래 발암원이 인슐린유사성장인자 수용체(insulin-like growth factor receptor) 신호전달의 활성화를 유도하여 폐암 발생을 유도함을 규명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흡연이 대사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고, 대사증후군이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의 악성화와 관련됨이 밝혀지고 있지만, 발생기전은 불명확하다”고 연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 담배 발암원인 4-(methylnitrosamino)-1-(3-pyridyl)-1-butanol(NNK)과 benzo[a]pyrene(NB)이 유발하는 고혈당증이 인슐린유사성장인자 2(IGF2)를 매개로 한 종양세포 및 종양세포 주변 대식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유발해 종양 촉진 미세환경을 생성하여 암 악성화를 촉진함을 규명하였다.
담배 발암원에 의해 유도된 종양 촉진 대식세포가 후성유전적 기작을 통해 생성한 IGF2는 주변 암세포의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하고, IR은 핵 내로 이동, 핵 내에서 nucleophosmin 1(NPM1), RNA polymerase II 등과 결합을 통해 programmed death ligand 1(PD-L1)의 발현을 유도하여 암 악성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러한 기작은 환자 조직 분석 및 해당작용을 억제하거나, 대식세포를 소거하거나, PD-1/PD-L1 상호작용 억제를 통해 담배 발암원이 유도하는 폐암세포의 암 전이 및 악성화가 억제됨을 통해 확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IGF2가 매개하는 대식세포-폐암세포 상호작용 및 폐암세포에서 IGF2/IR/NPM1/PD-L1 신호전달 경로의 활성화가 흡연에 의한 대사 변화에 의한 암 악성화 촉진 기전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편, 암과학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은 “현대인에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비만은 여러 면에서 건강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이번 포럼을 통해 비만이 암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전문가들과 의료인, 일반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국립암센터는 비만과 관련된 암 연구를 활성화하고, 관련 치료제 개발 및 암 정보 제공에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