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윤강섭 병원장 “공공병원 역할 위해 착한적자 필요”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난 6월 갑작스럽게 나타난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감염병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 받았던 것은 메르스 환자 치료에 앞장섰던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이었다.
그 동안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해서는 끊임없는 요구가 이어져왔으나 민간의료 중심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공공의료기관 확대 등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본격적인 공공의료체계구축과 공공의료 확충에 관한 논의가 재개된 것이다.
<현대건강신문>은 저렴한 진료비는 물론, 의료의 질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의 윤강섭 병원장을 만나 공공병원으로써의 역할과 앞으로 보라매병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보라매병원은 서울특별시립병원 평가에서 병원정책, 공공성, 경영효율성, 의료질 종합평가에서 1위를 기록을 하며 시립병원의 표본이 됐다.
진료비 부담은 대형병원의 절반, 의료질은 상급종합병원 수준
윤 병원장은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이 운영하고 있기에 다른 시립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수준이나 운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사실 보라매 병원은 서울특별시립병원 평가 종합 1위뿐만 아니라 객관적 지표에서 이미 3차병원인 상급종합병원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2014년 심평원 적정성평가 결과 발표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은 위암 및 간암 등 수술별 진료량, 항생제 처방률 등 총 17개 평가 지표 중 16개 지표에서 1등급을 받았고 1개 지표만 2등급을 받았다.
윤 병원장은 “적정성평가 결과만 비교해 본다면 보라매병원은 전체 44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하여 국내 TOP 5 수준의 의료의 질 지표를 보이고 있다”며 “반면에 진료비 부담 수준은 시립병원의 특성으로 국내 대형병원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낮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지난해 SCI 급 논문은 약 140여건 발표하는 등 의료 질 뿐 만 아니라 임상, 연구 등 각 분야에서 상급종합병원급의 기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윤 병원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 윤강섭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진료 방법,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 진료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환자에게 과잉 진료 없는 양질의 적정진료,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공공병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공병원 역할 재정립해야
그는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보라매병원은 5개의 음압병상을 운영하여 9명의 확진환자를 치료했다”며 “그나마 국공립병원 위주로 음압병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공립병원이 주축이 되어 이 정도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계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음압병상을 운영하다보면 기본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보라매병원의 경우 음압격리병상을 운영하는데 연간 10억 원의 순적자가 난다. 이 때문에 병원 자체의 힘만으로 더 확충하여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윤 병원장의 설명이다.
윤 병원장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이와 같은 사태는 발생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시설, 장비, 인력을 국가 단위에서 준비해 놓아야 한다”며 “기존의 병원에 감염병 전문센터를 설치하고 그에 합당한 인력, 시설, 장비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라매병원의 장점으로, 시립병원이라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직원들 대부분이 서울대병원 교직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준 높은 진료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 8월말 서남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보라매병원 평판도 조사에서 보라매병원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로 ‘서울대병원이라는 것과 의료진이 신뢰가 간다’ 라는 조사 결과가 19.1% 나오기도 했다.
결국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공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불평등 해소하고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공병원 만든다
윤 병원장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진료 방법,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 진료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환자에게 과잉 진료 없는 양질의 적정진료,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공공병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표준진료지침은 서울시와 보라매병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정립시 다른 시립병원에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윤 병원장은 “의료질은 최상급 수준이고 비용은 낮게 운영되고 있는 시민이 바라는 공공병원의 모델이 보라매병원”이라며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모델은 믿고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자 환자와 지역주문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불평등을 해소하고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공병원, 즉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표준이 되는 병원을 만드는데 일조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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