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학회 김상윤 이사장(오른쪽)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제외하면 나머지가 이상행동 증상"이라며 "보호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이며 의료진도 치료 과정에서 힘든 환자"라고 말했다. 왼쪽은 치매학회 박미영 회장(영남대의료원 신경과 교수).
▲ 8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사례를 소개한 아주대의대 신경과 홍창형 교수는 "(김모씨의 경우) 평범한 우울증이 아닌 망상적 우울증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치매와도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치매환자 공격성 보여 보호자-의료진 모두 '곤혹'
대한치매학회 "치매 환자 세심한 파악 입원 치료 피할 수 있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보호자와 의료진을 힘들게 하는 치매환자의 '이상행동'에 대한 셈세하고 적절한 대처가 환자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4월 경북 청도군에 사는 김모씨(65)는 사법시험에 떨어진 자신의 아들의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 상태에서 사건을 벌인 점을 가만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8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사례를 소개한 아주대의대 신경과 홍창형 교수는 "(김모씨의 경우) 평범한 우울증이 아닌 망상적 우울증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치매와도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증가하면서 기억력 저하나 언어 장애 뿐만 아니라 폭력행동 우울 불안 등을 보이는 환자들도 발생하고 있다.
치매환자라고 하면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실행능력 퇴보 △길찾기 장애 등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행동 및 신경정신 증상'들이다.
'행동정신증상(BPSD)'들은 △불안 △안절부절못함 △공격이나 폭력행동 △반복행동 △배회 등의 행동 증상과 △망상 △환각 △우울증 △불안 △조증 △무감동 △의욕저하 등 정신 증상, 수면장애 섭식장애 비정상적 성적 행동 등을 모두 포함한다.
치매가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환자에서 한가지 이상의 행동정신증상을 보인다.
이로인해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게 되고 반복적으로 행동정신 이상을 보이는 치매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요양보호시설로 보내게 된다.
치매학회 김상윤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제외하면 나머지가 이상행동 증상"이라며 "보호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이며 의료진도 치료 과정에서 힘든 환자"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행동정신증상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를 돌보는데 들어가는 직간접적인 비용을 증가시켜 치매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인지기능뿐 아니라 행동정신증상에 대한 치료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매학회에서 행동정신증상 관련 연구를 맡게된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치매 환자 한명 한명을 개별적으로 접근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이상행동 증상에 대해서 잘 알고 어떤 것은 조절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약물로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치매 환자 잠 잘때 불켜놓으면 불안 줄어
치매학회는 치매환자들의 이상행동정신증상을 적절하게 대처하면 입원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펜션에 여행을 간 치매환자가 포르말린 냄새와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냄새로 불안해 할 경우 이불을 얼굴에 덮어주면 편하게 잘 수 있다.
최근 치매환자들이 많이 머물고 있는 요양원에서는 치매 환자들을 일찍 잠들게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잠이 적은 노인들은 새벽 2,3시에 일어나 불이 꺼져 깜깜한 실내에 방치돼 불안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김상윤 이사장은 "5살 정도의 어린이가 깜깜한 방에 혼자 있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며 "이럴 경우 치매 환자들은 자기 목소리를 들으며 안정을 취하기 위해 혼자 떠들곤 한다"고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이럴 경우 치매 환자들을 조금만 늦게 재워도 문제가 해결된다"며 "잘 때 불을 켜놓고 자는 것도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행정정신증상 치료는 비약물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진행할 수 있지만 치매학회는 비약물적 치료를 우선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울이나 TV 본 뒤 이상행동 보이면 치우는게 바람직
비약물적 치료는 △생활환경 개선 △행동 개입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거울을 보고 본인의 얼굴인지 모르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 모든 거울을 치우는 것이 제일 좋은 치료방법이다.
TV를 보고 난 뒤 흥분하거나 TV 내용을 실제인줄 착각하고 싸우는 경우에는 TV를 못 보게 하는 것이 약을 쓰는 것보다 더 좋은 치료 방법이다.
김상윤 이사장은 "황혼의 부부만 생활할 경우, 남편이나 아내 한명에게서 치매가 발생하면 잦은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통 치매 환자들은 지난 인생 중 도드라지게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특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나쁜 기억이 다툼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부부만 살 경우 다툼을 피하기 어렵지만 중간에 아들이나 딸 등 중재자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다툼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치매학회 "약물 치료시 최소한의 용량 짧은 시간 사용하는 것 바람직"
비약물적인 방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신경이완제 항우울제 안정제 항경련제 등을 사용하는데 약물 사용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홍창형 교수는 "약물 처방시 꼭 필요할 때만 처방을 하고 부작용 및 금기사항을 보호자들이 꼭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저용량으로 시작해 서서히 처방을 늘리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의료진들은) 가능하면 약을 언제 끊을까 생각을 하지만 보호자들은 약을 줄이면 또 다시 (이상행동정신증상이) 나타날까 우려한다"며 "실제 환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용량을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치매학회는 이상행동정신증상 치료를 위한 '한국형 가이드라인' 초안을 빠른 시일내에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ttp://hnews.kr/n_news/news/view.html?no=25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