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갑상선 전문 병리학 교수 "미국서는 적절하지만 한국에 그대로 적용 무리"
갑상선암 권위자 박정수 교수 "수술 통해 ‘여포 변종’ 진단 가능 결국 수술해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일부 갑상선암을 종양으로 이름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미국 논문의 발표를 놓고 국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암센터(NCI)의 의뢰를 받은 피츠버그의대 병리학과 유리 니키포로프(Yuri E. Nikiforov) 교수팀은 109명의 비침습 여포변종 유두암 환자와 101명의 침습이 있는 피막형 여포변종 환자를 비교한 결과, 비침습 여포변종 유두암 환자가 재발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침습이 있는 피막형 여포변종 환자 중 5명은 폐와, 뼈로 전이됐고 2명은 사망했다.
니키포로프 교수팀은 이 같은 결론을 근거로 주로 갑상선에 발생하는 비침습 피막형 여포변종 유두암(NIFTP)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암'이란 표현을 쓰지 말고 '갑상선종양'이라고 명명하자는 내용을 미국 유명 저널(4월 14일자)에 '피막형 여포 변형에 대한 명칭 개정. 유두 갑상선 암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예후가 좋은 종양의 과잉진료을 줄이기 위해(Nomenclature Revision for Encapsulated 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rcinoma A Paradigm Shift to Reduce Overtreatment of Indolent Tumors)'란 제목으로 실었다.
니키포로프 교수가 발표한 ‘비침습 피막형 여포변종 유두암(NIFTP)’에 해당되는 미국 갑상선암는 전체의 10~2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돼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미국의 기준을 근거로 일부 갑상선암이 암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보도를 했고 갑상선암 치료 현장에서는 2년전 혼란이 재연되고 있다.
모 대학병원 갑상선암 치료 전문의는 "미국 발표를 인용한 보도 이후 갑상선암 환자들이 자신의 암이 이번 발표에 해당되는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갑상선암 치료 권위자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정수 교수는 20일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기존에는 유두암이 발생하면 갑상선을 다 떼어내는 전절제술을 해야 했지만 조직검사실을 통해 피막형(NIFTP)으로 판별되면 이제를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갑상선암 수술 후 추가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발표의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번에 논란이 된 여포 변형 선종을 진단하려면 종양을 완전히 떼어서 피막이나 혈관에 (암 세포의) 침범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진단적 종양 적출술, 즉 수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 연구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종양 샘플을 분석해 나온 것으로, 현재 의료 기술로는 여포 변종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는 27일 간담회를 열고 이번 미국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외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 이런(여포 변종 종양) 케이스가 많지 않다"며 "일반적인 세침검사로는 진단하기 어렵고 여포성 종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위한 갑상선절제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갑상선암 전문 병리학자는 미국에서 이런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번 발표를 주도한 니키포로프 교수팀에서 미국 연수 과정을 거치기도 했던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 교수는 "치료비가 높은 미국에서 갑상선암으로 파산할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갑상선암은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암"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주도한 니키포로프 교수팀에서 미국 연수 과정을 거치기도 했던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 교수는 "치료비가 높은 미국에서 갑상선암으로 파산할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갑상선암은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암"이라고 말했다.
미국 갑상선암 발생 추이를 분석한 정 교수는 "미국에도 갑상선암이 증가한 시기가 있었는데 초음파도 중요하지만 두 번째로 여포 변종의 등장"이라며 "여포 변종을 갑상선암에 포함시키면서 어떤 미국 병원은 원내 전체 암 중 갑상선암이 4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이런 이유로 미국 국립암센터의 용역으로 이번 연구가 진행돼, 피막을 잘 형성하는 여포 변종은 예후가 좋아 암으로 부르지 말고 종양이란 말을 쓰자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여포 변종을 암에서 제외시키면 환자들은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의료진은 과잉 진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거양득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여포 변종'이 전체 갑상선암 중에서 얼마를 차지할까.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한 갑상선암 환자를 5년간 분석한 정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갑상선암 중 비침습형 피막형성 여포 변종(NIFTP)에 해당되는 사례가 2% 안팎이었다.
정 교수는 "빅5에 속하는 모 대학병원에 같은 자료를 요청한 결과 여포 변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3% 이하였다"며 "특히 여포 변종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갑상선 전절제를 하거나 방사선요오드 치료 등의 추가적인 시술을 받은 환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갑상선암 기준을 한국 갑상선암 환자에게 적용하기도 한 정 교수는 “미국의 여포 변형 환자의 경우 암으로 발전한 사례가 없었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며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한 비침습 피막형 여포변종 유두암(NIFTP) 환자의 15%에서 우연히 발견된 미세암이 있었다”고 밝혔다.
http://hnews.kr/news/view.php?no=3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