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청소녀들의 성 지식이 무지하거나 왜곡돼 있으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성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여고생이 공공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학생 미혼모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미혼모가 발생할 경우 이들이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주거대책이 있지만 사전에 이를 예방하고 여성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 서울 거주 고등학생 1,229명을 조사한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에 따르면 서울 고등학생들이 성에 대한 지식을 얻는 통로는 인터넷(40%)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성교육 시간(36%) △친구(13%) 순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들이 얻는 성 지식의 절반이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이나 친구를 통해 유입되는 것이다.
그나마 제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성 지식 전달 통로인 ‘성교육이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남학생 25%, 여학생 16%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해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 교육이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성 건강에 10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청소년들의 성 지식 수준이 좀처럼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3년 기자를 만났던 이 교수는 "청소년들의 성 지식이 무지한 상태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한탄했지만 그녀의 걱정은 2년이 지난 2015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노출은 심해지고 있어 첫 성경험을 하는 청소년의 나이가 12.6세로 급속히 낮아졌다"며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보면 '야동을 너무 많이 보면 이상하냐'고 묻는 아이부터 성 지식이 아주 없는 아이까지 편차가 크고 다양했다"고 소개했다.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경우 가장 큰 성징(性徵)인 초경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는 이 교수는 "청소녀들이 생애 처음으로 겪는 여성 건강 문제가 생리통, 생리불순, 월경과다 등 생리와 관련된 문제"라며 "문제 발생시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임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성에 대한 노출이 심해지면서 '피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남성이 피임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95%에 달하지만 여성은 5%에 불과했다. 그 만큼 여성이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피임약 복용률이 유럽은 30~4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하다.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 결과, 전체 고등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성관계 경험이 있지만 이들 중 약 32%는 '피임한 적이 없다'고 답해 피임 실천율은 낮았다. 이런 이유로 성관계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중 13%는 임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피임 등 성 지식은 어렸을 때 배워야 받아들이기 쉽다"며 "나이가 들면 가치관 변화가 어렵고, 교육을 위해 한 곳에 모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유치원때부터 이런 교육이 체계화돼 있어 피임의 중요성을 어려서부터 습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는 더블더치(Double Dutch) 피임법이라고 여성은 피임약을, 남성은 콘돔을 통해 완벽한 피임을 하자는 캠페인이 퍼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성장기 청소녀들이 제대로 된 성 지식을 배우고 여성 건강을 생각할 수 있도록 '초경 바우처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경을 하게 되면 경제적 부담 없이 산부인과를 방문해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생리 등 여성 건강 관련 지식을 습득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주도하는 청소년 성 건강 증진을 위한 아름다 '움(womb)' 사업에 참여한 이 교수는 "학교에서 상담을 하고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큰 성과"라며 "2주 뒤부터 여중고 현장 상담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녀들의 성 지식 수준이 계속 답보 상태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청소년들이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밀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청소녀들이 어려서부터 여성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출산의 주요 대책임을 정부당국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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