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숙 서북병원 부장 “다제내성환자 치료가 관건, 치료기간 줄여야”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결핵 발생률, 유병율, 사망률 모두 불명예스런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전체 국가들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 2006년 결핵퇴치 2030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결핵 불명예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2010에는 뉴2020계획을 발표하며 인구 10만명당 90명인 결핵발생률을 2020년까지 20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하지 않다. 결핵 신환자수는 2012년부터 소폭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결핵 사망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2012년 2,466명이나 된다. 이처럼 결핵 사망자수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건강신문>은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서해숙 부장을 만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핵 정책과 결핵치료의 어려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결핵분야에서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는 서 부장은 서북병원 폐결핵 및 폐외결핵 전문의다.
다제내성결핵 환자로부터 전염 시 바로 다제내성 보여
무엇보다 서 부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다제내성결핵이 문제라고 말한다. 다제내성결핵은 표준 결핵치료 요법에 사용되는 4개의 약물 중 최소 2가지에 대해 내성이 생긴 경우를 말하며, 약물 사용에 제한이 생기는 만큼 치료가 어려워지고, 치료 기간도 늘어난다.
특히, 다제내성결핵이 늘어나면서 전체 결핵 신환자수는 줄어들었지만, 결핵 사망자수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 부장은 “다제내성결핵의 가장 큰 문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라며 “여러 가지 약제를 사용하는 장기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성적은 매우 저조해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도 치료 성공률이 45%~6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제내성결핵의 또 다른 문제는 다제내성결핵에 전염된 환자는 바로 일반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환자가 된다는 것이다.
치료 실패한 다제내성결핵환자 생존기간 5~10년에 불과
서해숙 부장은 “치료에 실패한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은 이후 생존기간이 5~10년에 불과하다”며 “특히 이 기간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다제내성결핵균을 전파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 정책도 치료비 지원 등의 일반 결핵치료에서 다제내성결핵과 비순응자에 대한 입원명령사업 등으로 결핵 전파를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입원명령을 받은 환자라 하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입원 중에 도망을 가거나 치료 중 잠적할 경우 치료를 지속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결핵환자 중 노숙자 등 취약계층이 많은 것도 문제다.
결핵환자 진료비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90%는 건강보험에서 5%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장기간 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서 부장은 “다제내성결핵의 경우 기본 치료기간이 24개월이상으로 치료기간이 길어 환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외박이나 외출을 원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면 환자와 의사의 유대관계가 깨져 치료에 난항을 겪게된다”고 설명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기간 6개월로 줄인 신약 서튜러
결국,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치료 기간을 줄이는 것. 전 세계에서 40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결핵치료 신약인 한국얀센의 ‘서튜러’는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6개월의 짧은 치료 기간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 부장은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를 하는 의료진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를 꼽으라면, 하나는 약제를 24개월 이상 복용토록 독려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작용 발생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라며 “이런 면에서 서튜러는 6개월이라는 상대적으로 단기간만 복용하는 일정이므로 부작용 발현이나 장기간의 약제를 복용해야하는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서북병원에서는 3주전부터 한 명의 환자에게 서튜러를 처방하고 있으며, 매주 검사와 경과관찰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한 알에 17만원이라는 비싼 약값이다. 하루에 4번 복용해야 하는데,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서 부장은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신약의 사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서튜러도 보험급여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핵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전체 결핵프레임 왜곡
아울러, 무엇보다 결핵 치료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 부장은 “결핵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편견이 환자발견을 지연시키고 치료포기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특히 결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설프게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사회적 낙인을 조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 부장은 “결핵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부여는 전체 결핵프레임의 왜곡을 초래해 자칫 환자발견의 지연이나, 치료포기, 치료로부터의 탈락 위험을 제공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한다.
이에, 그는 결핵 예방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핵에 대한 지식 정도와 결핵에 대한 심각성 인식을 높여줌으로써 사회적 낙인을 줄여가는 홍보 프로그램을 구성해 적극 홍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서 부장은 “대표적인 사회적 질병인 결핵은 결핵환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질병”이라며 “어떤 정책이라도 규제일변도라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특히 결핵은 사회적 낙인을 연상시키는 질병으로 포용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들에 대한 좀 더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치료비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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