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합의 하에 의사 교육비 국가 지원 병행돼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단순한 임상적 능력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의사로써의 역량과 덕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좋은의사연구소’가 설립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고려대의과대학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의술을 넘어 사회가 원하는 좋은 의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좋은의사연구소’를 개소했다.
<현대건강신문>은 좋은의사연구소의 초대 연구소장을 맡은 안덕선 고대의대 교수(성형외과)를 만나 좋은의사연구소를 개소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의사연구소는 의과대학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철학을 연구함과 동시에 교육과정 개발과 평가를 통해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교수와 전공의에게 교육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과 기술을 교육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의학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안덕선 소장은 좋은의사연구소의 설립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전공의를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의사 인력으로 보는 우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의사의 교육비용을 공공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합의하에 나라에서 감당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영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젊은 의사 교육비용을 국가가 지불하고 교육을 마친 의사들은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의료 행위를 한다”며 “이는 곧 국가가 고급인력의 행동과 가치를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현재 환자와 소통이 부족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들이 의학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즉 현재 갖고 있는 의료모습은 의학 교육이 만들어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너무 과학중심주의, 성과중심주의로 흐르다보니 정작 의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간적 이해’가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잘못된 병원 문화에서 찾는다.
안 소장은 “의학이라는 학문이 서양에서 건너오면서 인문학이나 철학, 문화 등의 요소가 같이 전파되어야 했지만, 걸러지고 왜곡된 ‘일본화된 서양의학’이 넘어오면서 의사 양성의 공공적 개념이 부족하고 ‘의국 중심’의 병원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결국 의사라는 전문직단체의 사회적 역할 개념이 결여되고 의국이라는 독특한 단위의 교육문화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이 의국에 대한 충성심 의무감만 강조되면서 의국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의국 중심의 조직문화 순응도가 도덕적 판단이 기준이 되는 ‘사회적 발달 및 성장 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국가가 전공의 교육의 주체가 돼 젊은 의사 양성 비용을 책임지고 사회의 역량으로 키워내는 데 적극 개입해 사회 공공적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의사들에게도 나쁜 일을 했을 때 어떻게 된다는 제한 조항을 넣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의사들의 행동에 대한 방지책 규제개념이 필요하다는 것.
안 소장은 “좋은 의사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누구나 좋은 의사가 돼야 한다”며 “직종 특성상 최소한 해는 끼치면 안된다. 하지만 현재 의료윤리는 뒤쳐져 있고 자율규제 메커니즘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재 우리나라 의사교육이 의국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도 나라에서 재정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데 그걸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통해 병원에 임상실습비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원이 전혀 없다보니 의국이 ‘리베이트’로 운영되는 블랙마켓처럼 돌아가고, 이런 현실에서 리베이트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안 소장은 “정부가 제약업계에 지원하는 R&D 비용 10조 중 1조만 떼서 의사교육에 지원해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임상실습 제도는 국민소득 3만 불이 넘어가는 시점에 절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좋은의사연구소장으로 재임 기간 중 의료 안에 인문학적인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좋은 의사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진짜 고학력 사회는 의사들에게도 철학과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hnews.kr/n_news/news/view.html?no=29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