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박태선 교수 “배보다 배꼽이 큰 격, 보험급여 시급”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슐린 주사용 바늘, 혈당측정용 시험지, 채혈침 등 소모품 비용이 당뇨 치료제의 3배가 넘는 등 혈당관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간한 ‘당뇨병’ 학회지에 전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태선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들에게 혈당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당뇨병 관련 소모품을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주사용 바늘, 혈당측정용 시험지, 혈당 측정기, 채혈침 등의 당뇨병 관련 소모품들은 혈당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만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박태선 교수는 “그나마 급여를 인정하고 있는 제 1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혈당측정용 시험지 급여 마저도 일반적인 보험급여 과정보다 훨씬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하였다”며 “이로 인해 원해 목표의 10%만 참여하게 되었고, 소모품의 보험급여를 위한 모든 단체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월 발표된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을 통해 제1형 당뇨병 혈당관리 소모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필수소모품에 대한 단계적 지원한다고 밝혔다.
만성질환인 당뇨병 관리는 식사요법과 운동용법, 경구혈당강하제와 인슐린 투여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것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환자 스스로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박 교수는 “규칙적인 혈당측정으로 저혈당과 특히 질병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고혈당을 빠르게 교정하기 위해 인슐린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며 “자가혈당측정은 의사와 환자의 당뇨병 관리에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자가혈당 측정 관련 비용이다. 혈당측정에는 혈당측정기와 혈당검사 시험지, 채혈 침, 알코올솜 등이 필요하다. 보통 당뇨병 환자가 병원에 입원을 할 경우 환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혈당측정 소모품은 입원 20일까지 하루에 4회 보험이 되고 입원 21일 이후에는 하루에 2회 보험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퇴원 후는 사정이 다르다. 퇴원 후 당뇨병 환자의 동일한 행위인 혈당측정은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100% 본인부담을 지운다.
인슐린 자가주사에 사용되는 주사 바늘도 보험급에서 제외
박 교수는 “하루에 2회의 혈당검사를 하는 환자의 경우 혈당검사비가 미국의 경우 인슐린약제비의 30%에 불과하고, 캐나다의 경우에도 71%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약제비의 300%를 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슐린 주사에 사용되는 주사바늘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 특히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은 필수적이며 반드시 투여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슐린도 환자들이 주사기와 바늘을 이용하여 매일 자가 투여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서도 인슐린은 보험급여가 되는데 주사 바늘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이 스스로 구매해서 써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당뇨병 교육을 통해 환자에게 인슐린을 자가주사하도록 권고하고 교육하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게 하는 모순적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범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당뇨병 환자가 스스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이 그렇다면 주사바늘 없이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이라도 가르쳐 주는 게 마땅하지 않겠냐”고 비꼬았다.
그러면, 하루에 2회 30단위의 인슐린을 맞는 환자에게 한 달 동안 필요한 소모품비는 얼마나 될까? 인슐린 비용 15,000원, 인슐린 바늘 비용 12,000원 알코올솜 2,300원이다. 여기에 인슐린 용량 조절을 위한 혈당검사지 비용을 더하면 인슐린 비용보다 소모품 비용이 더 비싼 것이 현실이다.
박태선 교수는 “개인의 생활습관변화로 조절 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 임신성 당뇨병 환자, 그리고 경구약제로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혈당조절방법은 인슐린 투여 뿐”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아직도 인슐린 투여가 당뇨병 관리의 막장 단계라는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인슐린 주사 맞는 것을 거부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여기에 인슐린 주사를 맞기 위해 필수적인 소모품들을 비급여로 구입해야만 하면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에 다시한번 더 거부감을 갖게 된다”며 “혈당 조절을 위해 실탄(인슐린)이 아무리 많아도 가늠자(혈당측정 소모품)도 없고 총(인슐린 주사소모품)도 없이 쓸 수가 없다. 보건정책당국자의 계획발표만이 아닌 빠르고 실질적이며 책임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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