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해외이주청소년 자살률 높다"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최근 유학 등을 이유로 해외 이주하는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질의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대학별 자살자' 자료를 보면 △2011년 15명 △2014년 16명 △2015년 6월말 현재 12명으로 최근 5년간 대학생 자살자 수가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원 의원은 "9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자살률은 유학 등으로 해외로 이주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6일 열린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해외 유학 청소년 환자의 진료 사례를 소개했다.
한 교수는 "13살 나이에 해외에 유학간 뒤 홈스테이 생활을 하는 소녀가 환자로 찾아왔다"며 "불가피하게 오빠 대신에 유학 간 이 소녀는 무기력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 소녀는 뉴질랜드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몇 시간 동안 멍한 상태로 있거나 집에 전화를 걸어 '나 삐뚤어질거다'라는 도발적 발언을 했다.
한 교수와 상담한 이 소녀는 "곧 돌아가 12월까지 그곳에 있어야 하는데 못 견딜 것 같다"며 "(부모님은) 안 간다고 해도 보낼 것"이라고 푸념했다.
결국 한 교수는 아이가 못 견디겠다고 한다면 한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부모에게 당부했지만 우려가 많다.
한 교수는 "'죽어도 가'라고 말하는 등 아들, 딸 등 자식에게 독한 부모들이 있다"며 "최근 해외 이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다"고 밝혔다.
"나 피곤해, 나 잠이 안와, 나 의욕 없어" 우울증 겪고 있다는 증거
우울증 진단의 어려움을 소개한 한 교수는 "진료실에서 '너 혹시 죽을 생각 있니'라고 직접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울증을 겪고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안 오는 할머니, 잦은 음주를 하며 일상생활 중 멍한 상태가 이어지는 성인 남성 등 우울증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과 상담을 꺼려한다.
한 교수는 "각종 트라우마로 정신건강 문제 관련 국민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정신건강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적다"고 말했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상 유병률은 22%이고 중증 우울장애 유병률이 6.7%이지만 이 중 16.9%만 정신문제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 경험이 있었다.
특히 여성들의 우울증 비율이 높은 이유를 분석한 한 교수는 "4,50대 여성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극강으로 바깥에서 일하며 집안일도 도맡아하고 있다"며 "나이 70이지만 아이를 양육할 능력만 되면 자식들이 좋아해, 여성들이 겪는 큰 고통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우울증 유병률이 남편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건영 조사 결과 배우자가 생존한 남성의 우울장애 발생률이 3.5%로 낮은 반면 여성은 6.5%로 2배 가까이 높았다.
영국 런던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내가 없는 남성의 경우 자살률이 높은 반면, 남편이 있는 여성은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심한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의 결근, 결석률이 높아 경제 생산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본 소니는 작업장에 정신과 보건소를 설치해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있고 우리나라 삼성전자 사업장에도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를 하고 있다.
그 밖에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과 1인 가구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 교수는 "혈관질환인 뇌졸중을 겪는 경우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우울 증상이 심해도 상담을 받는 경우가 별로 없어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hnews.kr/n_news/news/view.html?no=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