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 중독 사실 부인하는 경우 많아
건보공단 일산병원 이병욱 소장 인터뷰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술을 끊을 수는 없으니 조절할 수 있게 해달라구요? 5년 단주한 사람도 다시 술 입에 댔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욱 소장은 알코올 중독 치료는 무조건 술을 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주폭(酒暴) 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은 개인이나 가정,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중독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강신문>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알코올 치료센터 이병욱 소장을 만나, 알코올 중독의 문제점과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알코올성 정신장애’ 환자가 연평균 3.5%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3년 알코올성 정신장애로 치료받은 환자가 7만 592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알코올 중독 환자가 늘어나는 것과 과련해 이 소장은 유독 음주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실, 우리나라 음주 문화는 단순히 음주에 대해 관대할 뿐만 아니라, ‘술 권하는 사회’다.
이 소장은 “외국에서는 만취한 사람이 음식점에 발견되면 주류판매 면허를 취소한다. 이 때문에 손님이 취하면 식당주인이 손님을 음식점 밖으로 내놓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술을 권하는데 거절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있다. 이것이 2차, 3차로 계속 이어지니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을 정의하는 사회적 기준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이 소장은 “해로운 음주, 문제 음주, 알코올 의존병을 구분하는데 그 기준이 너무 높아서, 주폭 정도 되어야 알코올 중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음주에 관대한 사회, 문제 드러나면 이미 심각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이미 굉장히 위험한 단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간경화 등의 내과적 문제까지 발전한 경우가 많다.
이 소장은 “알코올 문제가 내과적 문제까지 발전한 경우 2주 정도 입원 치료를 하면서 알코올 디톡스 즉 제독 치료와 동시에 소화기내과와 협진을 통해 치료한다”며 “또 금단 증상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렇게 치료받은 환자가 퇴원을 하게 되면 또다시 술을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입원기간 동안 억지로 참았으니 다시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의 경우 의존증을 유발한다. 즉 중독이 생긴다는 것”이라며 “상당 기간 많은 양의 술을 마셔 조절 능력이 이미 없어졌기 때문에 '의지'로 참겠다고 해서는 실패한다”고 경고한다.
결국, 술을 참는 것이 아니라, 술의 역할을 운동 등 다른 생활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미 오래 술을 마시던 사람은 다른 생활 방법을 모른다. 저녁을 먹으면 그 식사 자리가 곧 술자리가 된다”며 “저녁자리가 술자리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꼭 필요하면 점심으로 하고, 메뉴도 안주와 관계가 먼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술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조절이 불가능한 것인 만큼, 미리 퇴근 후 시간에는 바로 헬스를 하거나 다른 취미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또 “우리나라의 경우 운동을 위한 모임에도 술자리가 빠지지 않는다”며 “심지어 아파트 단지 테니장에서도 삼겹살을 먹으며 술을 마신다. 조기축구는 물론 등산도 술과 떨어지지 않는다”며 “운동을 고를때도 마라톤·헬스처럼 술과는 거리가 먼 운동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문제, 개인 뿐 아니라 가정폭력, 자살과도 연관
또 이번 건강보험공단의 조사결과,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알코올 중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 소장은 “청소년들이 술을 마신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꽤 마신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알코올 정신장애 통계를 술과 연관된 질환을 모두 뽑아서 그렇다. 예전에는 청소년이 알코올성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지 않았으나 요즘은 병원을 찾는 것이다”고 전했다.
알코올이 개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가정폭력이든 자살이든 80% 이상 술과 연관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성인은 자기 의지로 술을 마시기 때문에 가족들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일단 병원에 모시는 것이 최선이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환자들이 자기의사에 반해 강제입원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는 것.
이 소장은 “환장들 중에는 입원과 재활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환자들이 '끊기는 뭐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며 “하지만 치료 목표가 100% 단주여야 한다. 술을 끊는데 5년이 걸려 성공했는데 술을 입에 대면 똑같아진다. 5년 끊어도 되돌아가는데 조절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알콩중독에 있어서 단주가 중요하다는 것.
이병욱 소장은 “일산병원에서는 해독부터 향후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한 재활치료까지 환자들의 통합치료·관리가 가능한 협동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에 있다”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센터 운영을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알코올의 늪으로부터 벗어나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ttp://hnews.kr/n_news/news/view.html?no=26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