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채수정 기자]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이 되면 유난히 간식을 많이 찾게 되고 살이 찌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오면서 운동량은 줄어들고 식욕은 늘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어떤 다이어트가 건강하고 효과적일까?
먼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식사의 50% 이상을 지방으로 섭취하는 대신 탄수화물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최근 여러 신문과 방송을 통해 소개된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가 유행으로 번지며 버터 품귀 현상과 삼겹살 소비 증가로 이어질 정도로 국민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는 일상적인 식단에서 탄수화물 과다섭취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 탄수화물을 전체 칼로리의 5-10% 정도로 줄이고 대신 지방 섭취를 70% 이상으로 늘리는 비정상적인 식사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식사 방법이 체중감량뿐 아니라 혈당 조절, 지방간 개선, 중성지방 감소와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수치 상승에 효과적이라고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전문가인 의료진이 직접 방송 출연해 해당 식사법의 경험에서 비롯된 성공담으로 소개하면서, 시청자가 더 믿고 따르도록 오도하고 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산이 증가하면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근육과 뼈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줄이면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리고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몸에 유익한 복합당질이 우선적으로 제한되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는 마치 탄수화물과 지방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과 행동을 몰아가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한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둘 다 모두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동시에 비만과 관련해 자유로울 수 없는 요인이다. 탄수화물의 과다섭취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지양하기 보다는 설탕, 과당 등 단순당의 섭취가 문제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것.
그럼 올바른 체중관리를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자기자신의 식사습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이를 각각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단은 탄수화물 비중이 평균 65% 수준이지만 성별, 연령별, 개인별 차이가 크다.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는 탄수화물 비중이 낮고 지방 비중이 높은 반면, 고연령층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 탄수화물 섭취는 65%를, 지방섭취는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몸에 좋지 않은 단순당과 포화지방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 탄수화물의 경우, 단순당의 섭취를 줄이고 전곡류와 같이 식이섬유를 비롯한 영양성분이 풍부한 탄수화물 섭취를 늘려야 한다. 최근 설탕, 음료류, 아이스크림 등 단순당 섭취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탄수화물과 지방비율을 위와 다르게 조절할 수 있지만, 영양적인 측면과 전체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으로 치료 중인 환자는 식사 방법을 선택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심장이나 콩팥이 나쁜 환자, 심한 당뇨병 환자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와 같이 한 가지 영양소에 편중된 식사법을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가 갑자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저혈당이 초래되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식사 방법에 대해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는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며 오히려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열량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 늘리기’를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만이 비만과 다양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건강 식사 방법이며, 이외의 다른 묘법이나 쉽게 할 수 있는 편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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