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환자가 13명 감염...초기 대응 미흡 지적
병원감염관리학회 "폐쇄 공간서 고농도 바이러스 배출 가능성 높아"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환자와 한국 의료 환경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방역대책을 세워 환자 확산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하루 동안 메르스 확진 환자가 5명 추가된 이후 30일 확진 환자가 1명 추가돼, 메르스 환자는 모두 13명으로 늘어났다. 이틀 사이에 확진 환자가 6명이나 추가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첫 확진환자가 13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감염시킴에 따라 일부에서는 '슈퍼전파자'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염전문의 등 의료인들은 '슈퍼전파자 발생'에 대해 회의적인 대신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이 환자 발생 초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했다.
첫 확진 환자는 중동을 경유해 지난 4일 입국한 뒤 11일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이후 20일이 돼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의원 2곳, 병원 2곳 등 4개 의료기관을 거친 것으로 밝혀져 2차 감염자의 확산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1명 당 감염률은 0.6명에 불과했고 보건당국은 이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방역 대책을 세운 뒤 실행했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29일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중동 데이터는 넓은 오픈 공간에서 유행하는 전반적인 양상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 상황과 다르다"며 "한국은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 폐쇄적인 공간에서 접촉이 이뤄져 감염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첫 확진 환자는 2개 의원과 2개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폐쇄된 진료실과 병동에서 이 환자를 접한 '밀접 접촉자'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엄 교수는 "이 환자는 15일부턴 전형적인 폐렴 증상을 보였는데 15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20일까지 환자에게서 나온 객담 가래는 고농도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병의원을 거치면서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슈퍼전파자'가 나왔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슈퍼 전파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전파력이 강력한 새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메르스에서 '슈퍼전파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건당국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한 엄 교수는 "첫 번째로 유입되는 신종전염병을 잡는 것이 어렵고 발생 이후 대처도 간단하지 않다"면서도 "신종 인플루엔자, 사스 사태를 거치면서 보건당국이 어느 수준 이상 대처 능력을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의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이 갖춰진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해서 좀 더 촘촘한 방역 대책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감염전문가는 "첫 번째 확진 환자의 경우 검사가 하루 반만에 이뤄져 늦은 감이 있다"며 "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에 검사 요청을 했는데 빨리 결정되지 않아 시간이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사 증상으로 병의원, 보건소에 많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문의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감염환자 진료 경험이 있는 감염전문의와 보건소, 병의원간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혁민 가톨릭관동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5월은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시기이기도 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우선 밀접 접촉자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선행되고 이후 이 분들이 증상이 있을 때 돌아다니지 못하고 격리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현재 대한감염학회에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광역 지자체에도 감염 전문가와 일선 보건행정 인력들이 메르스 문의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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