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국내 말기 폐암 장기생존 환자들의 95%가 폐암과 ‘싸우며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이지만, 5년 이상 장기생존자들은 표적치료제 등에 힘입어 생존해 나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암뿐만 아니다. 비싼 약값과 신약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더욱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6일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약값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한 저소득층 말기 폐암 환자들의 생명을 우선 살려야 한다며, 정부가 말기 폐암 치료제를 신속히 건강보험 급여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월 또는 4월에 열릴 예정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회의에 폐암 및 흑색종 치료제인 면역항암제 2종류와 폐암 치료제인 표적항암제 2종류의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안건이 상정되는데, 이 회의에서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면역항암제와 기존 폐암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은 신약들이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는 부유한 환자들과 민간 실손·생명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곧바로 신약으로 치료받아 생명을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을 연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환자들이나 민간·실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환자들은 상당수 사망하는 상황이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급평위에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인 치료제는 면역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와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 등과, 기존의 표적치료제인 EGFR-TKI 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EGFR T790M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3세대 표적항암제인 한미약품의 ‘올리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등이다.
환자단체연합은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작년 말 부작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옵디보 표적항암제인 올리타, 타그리소는 모두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시판되고 있다”며 “한 달 평균 약값으로 700만원~1,000만원을 지불하고 치료받고 있는 상당수의 말기 폐암환자들은 치료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싼 약값이다. 현재 해당 제약사들이 사회공헌 프로그램 형태로 비급여인 약값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해당 환자에게는 큰 경제적 부담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말기 폐암환자 중에서 부자이거나 든든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미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을 약값으로 지불하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난하거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말기 폐암환자들은 고가의 비급여 신약 치료는 포기하고, 상당수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가난하거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말기 폐암환자들도 현재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거나 과거에 내었던 우리나라 국민”이라며 “이들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신약이 있다면 그 약값이 고가라고 하더라도 부자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자비나 민간보험금으로 신약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당연히 건강보험 재정으로 신약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MSD의 '키트루다'와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는 모두 약평위에 위험분담제 방식으로 건강보험 급여 신청한 상황으로 오는 9일 예정된 급평위 회의에서 위험분담제의 구체적인 급여방식과 내용만 결정하면 된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급여결정이 나는 가 하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은 “건강보험 급여결정이 한 달만 연기되어도 면역항암제로 비급여 치료를 받고 있는 수백 명의 말기 폐암환자들은 약값으로 700~1,000만 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식약처 허가까지 받아 시판되고 있고, 부자와 든든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구입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환자는 고액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죽어가고 있다. 저소득층 말기 폐암환자들에게는 폐암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화만이 살길”이라고 밝혔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 누적 흑자가 20조원이 넘는 마당에 말기 폐암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를 미루는 것은 인권 침해와 다름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해당 제약사들도 장기간의 비급여로 말기 폐암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 차원에서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화 될 때까지 지금과 같은 비급여 약값의 일부만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해당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엽합은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삶의 질이 이전 화학항암제로 치료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아졌다. 약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환자가 빨리 죽어야 하는 불행할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3월 또는 4월 예정된 약평위 회의에서 말기 폐암 신약인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결정을 반드시 할 것과 국가도 헌법상 기본권인 말기 폐암환자들의 신속한 신약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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