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부터 폐경기 여성까지 부정맥 관리 필요
[현대건강신문] 일교차가 10도를 훌쩍 넘는 환절기이다. 요즘처럼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할 때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부정맥’이다.
찬바람이 불면 흔히 호흡기 질환만을 신경 쓰기 쉽지만, 부정맥은 계절 변화의 영향을 받는 심혈관 질환의 최초의 증상이자 급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심장은 자발적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생성된 전기 신호로 근육을 수축∙이완한다. 부정맥은 전기 전달 체계에 변화 및 이상이 생겨 심장 박동과 맥박이 불규칙하거나 비정상적인 것을 말한다.
정상인의 맥박이 분당 약 60~100회인데, 이보다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른 경우 또는 불규칙적인 상태일 때 부정맥으로 진단한다. 맥박이 100회를 넘으면 ‘빈맥’, 60회 미만인 경우엔 ‘서맥’,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으로 구분한다.
최근 부정맥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부정맥 환자는 2011년에 14만 7159명에서 2013년 18만 7085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이는 암에 이어 국내 주요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의 환자가 동일한 기간 내에 5% 증가율을 보인 것에 비해, 약 5배나 많은 수치이다.
이에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준범 교수는 “가장 대표적인 심혈관 질환인 협심증 및 심근경색 환자 수는 지난 몇 년간 정체되어 있는 반면 부정맥 환자 수는 급증해 최근 심장질환의 발생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부정맥은 단순한 심장의 리듬 이상일 수 있지만 방치하면 심장 내 피떡(혈전)이 생겨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평소 자신의 맥박이나 심장 박동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의 대표적인 증상은 긴장하지 않았는데 심장이 자주 쿵쾅거리거나 참기 어려운 가슴 통증 발생, 반대로 힘이 빠지면서 어지럼증, 호흡 곤란, 무력감, 피로감 등을 느끼는 것이다.
다만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15~35%의 심방세동 환자는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 부정맥 부른다? 규칙적인 운동 통해 적정 체중 유지
호주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에서 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은 29%씩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이로 인해 심장의 이완 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부정맥 유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가능한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해, 적정 체중 및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걷기나 달리기,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 운동과 온몸의 근육을 풀 수 있는 체조나 요가 등을 권장한다. 다만 심장에 무리가 될 수 있는 과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부정맥 악화시키는 3 요소, 커피∙술∙담배를 피하라
건강한 사람도 술이나 담배, 카페인 등이 원인이 되어 심장의 전기 시스템이 고장 날 수 있다.
이에 술은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고, 반드시 금연한다. 담배를 끊을 때는 흡연량을 점차 줄이는 것보다 한 번에 끊는 것이 성공률이 높으므로, 되도록 한 번에 금연할 것을 권한다.
흡연을 대체할 습관을 만드는 것도 금연에 도움이 된다.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이 커피가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현재 커피와 부정맥 발생 위험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하루에 1~2잔 정도가 적당하다.
스트레스는 부정맥에도 악영향,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면서 극심한 감정 변화를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스트레스는 흡연이나 음주, 폭식 등 다른 심∙뇌혈관질환 발생 원인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취미생활을 갖거나 운동 등 본인의 성향이나 관심사에 맞춰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좋다.
▲ 뇌졸중이 발생하면 4시간 반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캠페인.
소금 적게 먹어도 부정맥 유발? 소금은 하루에 3~5g 정도 섭취
나트륨 섭취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건강 상식이나, 나트륨을 매우 적게 섭취해도 부정맥에 안 좋을 수 있다.
실제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이 심장병 환자 약 3만여 명의 7년간 기록을 분석한 결과, 나트륨 섭취가 많을 때뿐만 아니라 너무 적을 때도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은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데 양이 부족하면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소금 섭취량을 5g, 미국심장학회는 3.75g을 권장하고 있으므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부정맥은 중년 남성 질환? 폐경기 여성도 관심 갖고 검진해야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 질환은 술과 담배, 기름진 음식을 자주 즐기는 남성들만의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폐경기 여성들도 예외일 수 없다.
심장 보호 효과를 가진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 심혈관 질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폐경기 여성에게는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단순한 폐경기 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중년 여성들은 자신의 몸 변화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진해 볼 것을 권장한다.
부정맥 환자라면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음식 섭취에도 신경 써야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 환자들이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비타민 K가 많이 포함된 음식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와파린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액 응고 인자의 생산을 방해해 혈액이 응고되지 않게 하는데,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 K가 와파린의 효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타민 K는 주로 된장이나 두부, 두유, 콩기름, 콩가루 등 콩 음식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 클로렐라나 시금치, 브로콜리, 양배추 등에도 비타민 K가 많으므로, 채소나 녹즙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준범 교수는 “노화 질환인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법을 찾기보다는 평소 건강관리 및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며 “또한 부정맥은 심장질환의 첫 번째 증상이자 심장으로 인한 사망 시 나타나는 마지막 증상일 수 있으므로, 유사한 증상을 느낄 때는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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