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구호대 이끈 국립중앙의료원 신형식 감염병 센터장 인터뷰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시에라리온에 들어가기 위해 150석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일반인은 거의 없고 영국, 노르웨이, 중국 의료진으로 가득 찬 비행기 안을 들여다보며 가슴이 벅찼다”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에볼라 전염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지난달 26일 귀국한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센터장은 우리나라도 국격에 맞게 인도주의적 차원의 구호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건강신문>은 지난 2일 에볼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정부의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 1진 팀장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센터장을 만났다.
우리나라 에볼라 대응 해외긴급구호대 1진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탈리아 비정부단체 '이머전시'가 운영하는 시에라리온 가더리치 에볼라 치료소에서 에볼라 환자들을 돌봤다.
신 센터장은 “의사인데 의료체계가 붕괴 되다시피 한 서아프리카지역의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으면 치료를 해줘야겠다는 인도주의적인 사명감에 자원했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의료진 감염 우려로 독일로 후송될 때 부담 극심"
우리나라 의료진 10명을 비롯해 영국 의료진, 노르웨이 의료진 등 세계 각국의 의료진들이 서아프리카에 모여 에볼라 확산 억제를 위해, 또 환자 치료를 위해 전쟁터나 다름없는 지역을 찾아간 것이다.
그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엄격한 검역활동에 시에라리온에 왔구나 하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는데, 에볼라 치료소에 들어서자 그 두려움과 현실감은 더 커졌다”며 “여기저기 뿌려지던 소독약 속에서 진료하는 의료진들을 보면서 이제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가장 극심하던 때에 긴급구호대 파견이 결정됐는데, 이 때 위험을 감수하고 지원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의사로서의 인도주의적 사명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신 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감염내과 의사로서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파견 목적을 국격에 맞는 역할을 다하고 선제적 방역활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국내 의료진이 직접 치료함으로써 감염병 환자 발생 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올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웠는데, 이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낙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질병인 만큼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는 “1진으로 파견되면서 국내 의료진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이것이 더 큰 부담이었다”며 “팀원들 모두가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긴급구호대원 한 명이 주사 바늘과 접촉이 생기는 감염 위기로 독일로 후송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 센터장은 “동료가 주사 사고로 독일로 후송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우리나라 구호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따라 주사치료를 많이 하다 보니 주사침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구호 활동 기간 중 세르비아 간호사가 감염돼 치료를 받았는데, 이 간호사의 건강이 회복되자 세계 각국 의료진들이 축하를 하며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의료진들의 경우 신증후군출혈열, 한국형 출혈열, 유행성 출혈열 등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과 비슷한 증상을 치료해본 경험이 많아 치료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원지동 세워질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에 고도격리시설 필요"
에볼로 환자의 경우 처음에는 고열과 쇼크에 빠지고 콩팥 기능이 저하돼 소변이 안 나오는 식의 증상을 보이는데, 한국형 출혈열 질환들이 이와 비슷한 증상들을 보인다는 것.
신 센터장은 “다만 에볼라는 한국형 출혈열들에 비해 전염이 빠르고, 위장관 증상, 구토, 설사 등이 많다는 것인데 이런 것들 때문에 수혈 치료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우리나라에 신증후군출혈열 치료를 잘 하는 의료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치료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외국에 나가 진료 경험을 쌓는다면 어떤 전염병이 들어와도 즉각 대처할 수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해외 구호대 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교류가 활발하고 신종 전염병의 유행도 많아 이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번 의료 활동을 해보니 처음에는 어려웠던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부터 다양한 진료 경험을 습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원지동 국립중앙의료원에 세워질 감염병센터 건립시에 꼭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센터장은 "국내 고도격리시설이 미흡해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감염병) 상비 인력이 준비돼 대응 능력을 키우고 세계 보건 향상에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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