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향료 등 포함된 저도수 소주 오히려 폭음·숙취 위험 높아
자몽·유자 등 과일 이름의 술, 소주 아닌 과일 음료수로 인식해 문제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저도수 소주라도 여성이 하루 세 잔(소주 잔 기준)을 초과하면 ‘위험 음주’에 해당합니다.”
대한보건협회 방형애 기획실장은 최근 저도수 소주가 유행하면서 오히려 음주량이 늘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의 공동 주최로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저도수 소주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패널토론에 참석한 방 실장은 “저도수 소주 1잔에 든 알코올의 양은 약 5.6g”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여성의 하루 알코올 섭취 제한량을 20g 이하(남성 40g 이하)로 규정했으므로 여성이 저도수 소주를 하루 4잔 마실 경우 ‘위험 음주’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소주(19도 기준)의 경우 여성이 하루 2.5잔 이상(남성 5잔 이상) 마시면 ‘위험 음주’에 속한다.
방 실장은 또 “국내 시판 중인 저도수 소주는 희석 증류주라기보다는 여러 성분이 섞인 혼성주(알코올+과실즙)”이며 “선진국에선 혼성주(리큐르)의 알코올 함량이 15도(15%) 아래로 내려가면 술에서 각종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고 봐 알코올 도수를 15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도수 소주가 알코올 함량이 엇비슷한 다른 종류의 술이나 일반소주에 비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알코올 전문병원인 부천 진병원 윤영환 원장(건강정신의학과)은 “시판 중인 저도수 소주엔 일반소주엔 없는 합성 착향료ㆍ과즙 등 각종 첨가물이 포함돼 있다”며 “저도수 소주에 함유된 향이 소주의 독한 맛을 감춰져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숙취도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저도수 소주가 남성보다 술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에게 더 큰 건강상 피해를 입힐 것으로 여겨진다”며 “쓴 맛 때문에 소주를 꺼리던 여성이 상대적으로 순한 저도수 소주를 접하면서 알코올 의존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알코올 아예 들어 있지 않은 생수(먹는 샘물), 알코올 함량이 저도수 소주보다 낮은 맥주에도 유통기한 등이 표시돼 있다”며 “저도수 소주에 포함된 과즙(과당), 착향료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선 저도수 소주란 명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방 실장은 “최근엔 3도짜리 초저도수 소주까지 출시됐다”며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이런 술은 소주로도, 혼성주로도 볼 수 없는 분류 불가의 술”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허경옥 교수는 “술 이름 앞에 자몽·유자 등 과일 이름을 붙여놓아 소비자가 소주가 아닌 과일음료수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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