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회장 "한중일 모두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 많아"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보통 안압이 높을수록 녹내장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인의 경우 정상 안압임에도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고령자를 중심으로 안저 촬영을 국민건강보험 필수 건강검진 항목에 넣어야 한다는 안과 전문의의 주장도 나왔다.
안저는 안구의 안쪽인 망막, 망막혈관, 시신경유두 등의 조직을 말하는 것으로 이곳을 카메라가 장착된 안저경을 이용해 촬영을 하면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녹내장학회(녹내장학회)는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충남 남일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과 질환을 조사한 결과 녹내장 유병률이 4.5%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녹내장학회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원발 개방각 녹내장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녹내장 유병률이 4.7%인 것을 확인했다.
녹내장학회 박기호 회장(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남일 조사의 경우 전국의 녹내장 유병률을 나타낸다고 말하기 힘들었는데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전국적인 녹내장 역학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조사 결과 녹내장 유병률이 4.7%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녹내장이 결코 희귀한 질병이 아니고 '국민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 개방각 녹내장 환자 중 95%가 정상안압인 것으로 드러난 점을 주목한 박 회장은 "일본과 중국이 (개방각 녹내장 환자 중 정상 안압인 경우가) 92%인데 우리나라는 95%로 나왔다"며 "정상 안압인 경우에도 녹내장 유병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자료"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고령자들만이라도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에 필수 항목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며 "40세가 넘으면 안과에서 녹내장 등 안과질환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질병이지만 최근 인구 고령화와 검진 기술의 발전으로 국내 녹내장 환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녹내장 환자 수는 2011년 52만여명에서 2015년 76만여 명으로 4년새 24만명의 환자가 늘었다. 특히 녹내장이 발생하면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박 회장은 "녹내장으로 두 눈이 모두 실명되는 경우가 있다"며 "실명으로 이어질 경우 사회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 한국녹내장학회 박기호 회장은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고령자들만이라도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에 필수 항목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며 "40세가 넘으면 안과에서 녹내장 등 안과질환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내장학회는 녹내장의 증가 원인을 △인구 고령화 △근시 환자 증가 △검진 기술의 발전으로 꼽았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근시 환자가 증가하는 것도 녹내장 환자의 증가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며 "어려서부터 책이나 모니터를 보는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면서 청소년 중에 근시를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우려한 박 회장은 "최근 라식, 라섹을 하기 전 정밀한 안과 검사를 진행하며 녹내장의 발생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청소년의 경우에도 근시인 경우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있어 안과 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 야외활동을 하며 멀리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박 회장은 "여러 논문을 보면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사용하며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농촌에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근시 발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녹내장 유발 요인으로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대사증후군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한 박 회장은 "비만인 경우 안압이 올라가거나 수면무호흡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며 "이 둘 모두가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진료 중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 것“이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나온 2개의 논문을 소개했다.
"채소, 과일 등 녹황색 자연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녹내장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발견했다"며 "환자들에게 항산화 효과가 있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을 것을 권하한다. 견과류, 생선에 들어있는 아연, 셀레늄 등 미네랄도 녹내장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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